北 미래 엘리트 500명 재학 평양과기대, 교수는 대부분 미국인… 모든 수업 영어로 진행
입력 2014-02-05 01:37
英 BBC, 취재기 인터넷 보도
“처음에는 좀 긴장했지만 이제는 미국인과 미국 정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전 세계 모든 나라와 좋은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
평양과학기술대 한 학생은 영국 BBC 탐사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 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학교 교수 4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대한 반응이었다.
BBC는 최근 취재한 평양과기대 내부 모습을 3일(현지시간) 인터넷 뉴스로 보도했다. 파노라마 팀은 “북한 당국과 18개월에 걸친 교섭 끝에 취재 과정에 대한 감시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취재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BBC 중문망은 이 기사를 전하면서 첫 줄에서 “북한의 엄밀한 통치체제 중심부에서 서구 자본으로 운영되는 평양과기대가 북한 미래 엘리트들의 눈을 뜨게 할 수 있을까”라고 썼다.
평양과기대는 2010년 남북 첫 합작 대학으로 출범했다. BBC는 옌볜(延邊)과기대를 설립한 미국 국적 김진경 총장이 북한의 요청을 받고 2000만 파운드(약 356억원)를 미국과 한국 기독교 자선단체 등으로부터 모아 학교를 세웠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 학생 500명은 북한 최고위층과 군부 지도자의 자제들이라고 BBC는 전했다. 취재 차량이 학교에 들어서자 경비병이 보안초소에서 거수경례를 했다. 마침 아침식사를 위해 대열을 지어 식당으로 행진하던 학생들은 “우리의 최고지휘관 김정은 동지, 목숨을 다해 당신을 보호하리라”라는 노래를 불렀다.
평양과기대는 ‘국가를 현대화하고 국제사회와 관계를 맺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됐다. 한 학생은 “외국어는 과학자의 눈이다. 외국어를 더욱 많이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영학을 가르치는 영국인 콜린 매컬록 강사는 “북한 지도부도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모든 재화의 공급을 정부가 통제하는 북한 실정에서 처음에는 자유시장이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워했다.
1학년 영어 수업시간에 만난 학생들은 북한 걸그룹 모란봉악단은 좋아하지만 마이클 잭슨은 잘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은 점심시간 전에는 운동장에 모여 집단체조를 했다.
컴퓨터실에서는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지만 감시원이 접속 내용을 검열하기 때문에 이메일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서(SNS), 인터넷 뉴스 접속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감시 상황에서도 외부 세계와의 대화 및 관계 형성에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