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체화… 北의 변화 이끌어 낸다

입력 2014-02-05 02:32


외교·통일부 ‘통일시대 기반 구축’ 방안 의미

외교부와 통일부가 6일 실시할 대통령 업무보고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한 ‘한반도 통일시대 기반 구축’ 실현을 위한 이행조치로 채워졌다. 대내적으로는 반세기 넘게 분단된 남북 민족의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고, 대외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의 지속적 추진과 함께 남북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이른바 ‘투트랙’ 접근방식인 셈이다. 박근혜정부가 출범 첫해인 지난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거대한 명제를 던졌다면 2년차인 올해부터는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단계다.

◇남북 동질성 회복 조치 시급 판단=통일부의 업무보고 내용 중 최우선 사업은 남북 주민들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류 강화다. 사회·문화적으로 이질감을 해소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소식통은 4일 “한반도 통일시대 기반 구축을 위해선 남북 주민 간 이질성을 극복하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 및 화상상봉 정례화는 물론 문화·체육 분야 교류 강화에 중점을 뒀다. 남북 주민이 한 민족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남북 공동의 문화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얘기다. 고구려 및 고려의 왕릉, 궁궐터의 남북 공동 발굴사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2005년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됐던 안중근 의사 유해 공동 발굴사업이나 1946년 이후 명맥이 끊겼다가 1990년 한 번 열렸던 경평(京平)축구대회 등의 부활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6일 기자회견에서 “남북 주민들이 오랜 기간 다른 체제에 살았기 때문에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너무나 달라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사회·문화·체육 분야 등 낮은 단계에서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한 뒤 군사·정치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구체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또 통일 회의론이 팽배한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알리는 차원에서 통일박물관 건립도 추진할 방침이다. 통일박물관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보고에는 또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민간단체의 역할도 강조된다. 정부는 우리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유럽 NGO의 북한 관련 사업에 투자하고,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신뢰 여하에 따라 5·24조치의 점진적 해제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차원이다. 다만 정부는 5·24조치 전면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비핵화 지속 추진, 통일 위한 국제환경 조성=외교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 중 핵심은 현재 장기 표류하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통일시대에 대비한 국제협력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 독일 통일 사례에서 보듯 주변국들에 한반도 통일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하고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라는 취지다. 박 대통령 역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국제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불확실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평가 및 협의를 강화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태도 변화다. 북한이 최근 이른바 유화 공세를 펴면서 대화 모드로 가고는 있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의 핵심 조건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아직 별다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 위협이 계속되는 한 일정 수준 이상의 남북 교류는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관련국들의 지지를 얻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정부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좁게는 미국과 중국, 넓게는 6자회담 당사국 등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인식에 따른 것이다.

남혁상 모규엽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