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력유지 지원 방안] 잘릴까 육아휴직 꺼리는 비정규직 위해 사업주 ‘당근’ 늘려

입력 2014-02-05 02:31


정부가 4일 발표한 ‘일하는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 방안’은 임신·출산·육아 등 여성 경력 단절이 생기는 시기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됐다. 일하는 여성이 임신·출산을 이유로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이끌고 보육과 교육을 사회가 분담해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남성 육아휴직률 제고다. 육아휴직은 경력 단절을 막는 가장 좋은 제도로 꼽힌다. 정부는 남성 육아휴직률이 올라가면 여성 육아휴직률도 더불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여성에게 쏠려 있는 육아의 부담을 남성이 나눠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여성도 육아휴직을 하기 쉽지 않지만 남성은 더욱 어렵다. 지난해 육아휴직을 한 근로자는 6만9616명이고 이 가운데 고작 3.3%(2293명)가 남성이었다. 경력에 구멍이 생기는 것도, 소득이 줄어드는 것도 모두 부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력 문제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지만 소득 문제는 해결책을 내 놓았다.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40%다. 통상임금은 보통 기본급의 60% 정도에 해당한다. 일반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는 각종 수당을 다 빼고 기본급의 24%만 육아휴직 급여로 받는 셈이다. 그나마도 100만원이 상한액이다.

정부는 육아휴직을 써도 소득이 너무 줄어들지 않도록 남성이 아내에 이어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 첫 달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기로 했다. 상한액도 150만원으로 올렸다. 여성이 남편에 이어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대책은 부부가 모두 육아휴직을 썼을 경우, 그것도 고작 1개월만 유효하다는 게 문제다. 육아휴직을 거부해도 기업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출산=해고’라는 인식에 육아휴직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비정규직을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육아휴직을 앞둔 비정규직과 1년 이상 재계약을 할 경우 6개월간 월 40만원을 고용주에게 지원한다. 무기 계약을 하면 6개월은 월 30만원, 다음 6개월은 60만원을 지원한다.

또 육아휴직 대신 주 15∼30시간 단축근무를 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단축급여액을 통상임금의 40%에서 60%로 올렸다(상한액은 93만7500원). 하지만 근로자가 신청하고 기업이 수락하는 방식이라는 게 문제다. 기업의 방침 없이 근로자가 먼저 단축근무를 하겠다고 나서기는 어렵다. 2011년부터 시행됐는데 지난해 736명이 이용했을 뿐이다. 기업이 앞장서 장려하지 않으면 이용률은 계속 미미할 수밖에 없다.

임신과 출산 시기를 잘 넘겨도 여성에게는 ‘육아’라는 큰 산이 가로막고 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직장 여성의 48.7%는 ‘아이 맡길 곳이 없다’는 이유로 일을 그만뒀다. 정부는 육아의 부담을 사회가 나눠지도록 보육 시설과 돌봄 서비스를 늘리기로 했다.

올해부터 4년간 국공립 어린이집이 매년 150곳씩 신설된다. 방과 후 오후 5시까지 원하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올해 1∼2학년, 내년 3∼4학년, 2016년 5∼6학년까지 확대된다. 가정으로 찾아가 아이를 봐주는 아이돌봄서비스는 일하는 여성 위주로 재편된다. 선착순 이용 대신 저소득(국민기초수급자·한부모가정 등) 취업모, 일반가정 취업모가 우선순위를 갖게 된다.

여성이 재취업할 경우 자신의 경력을 살리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별도의 채용 과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폴리텍 대학 등에서 전문 기술을 훈련받을 수 있는 직업교육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하지만 이 대책에도 기업의 협조가 필요하다. 양질의 일자리 제공은 훈련 프로그램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일자리·인재센터 김종숙 센터장은 “기업 관행이 바뀌고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실효를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