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금융 불안 확산 여파… 美·中 경기 후퇴 우려 겹쳐 글로벌 증시 일제히 내리막
입력 2014-02-05 02:31
신흥국 금융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세계경제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후퇴 우려까지 제기돼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4일 일본 증시는 4% 넘게 폭락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져 선진국 증시마저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일보다 4.18% 하락한 1만4008.47로 거래를 마쳤다. 토픽스지수도 1139.27로 4.77%나 하락했다.
엔화 강세에 미국 증시 하락이라는 악재가 겹쳐 급락한 것이다. 달러·엔 환율은 미국경기 둔화 우려로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안전자산인 엔화의 인기가 높아져 달러당 100엔대로 떨어졌다. 닛케이지수는 지난해 말 고점(1만6291.31)에서 14.01% 추락했고, 이 기간 달러·엔 환율은 약 4.25엔 하락했다. 당초 전망과 달리 엔저 기조가 흔들리고 있어 일본 증시도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춘제(春節) 연휴로 휴장한 중국·대만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2.57%, 말레이시아 KLCI지수는 1.29%, 인도 센섹스지수는 0.85% 내렸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는 2%, 브라질 증시는 3% 넘게 떨어졌고 유럽 증시는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106.92포인트(2.61%) 내린 3996.96을 기록, 2011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0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VIX)지수는 21.44까지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20을 넘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의 등락폭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은 미국의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 위기로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에서 미·중 경기에 대한 우려가 돌출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는 완연한 회복국면에 들어선 듯했으나 갑자기 제조업 지표가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프트 패치(soft patch·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침체)’로 보고 있다.
미국 제조업 지표 부진에는 1월 혹한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지만,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인 중국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비제조업 PMI도 53.4로 전월보다 1.2포인트 떨어져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애널리스트들이 올해 들어 5% 이상 하락한 미국 증시가 15%까지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흥국에 국한되던 불안감이 선진국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최성락 연구원은 “선진국은 연초까지 신흥국 불안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으나 지난달 말부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전이됐다”면서 “선진국 금융시장 악화는 경제지표 부진과 증시 고점 부담에 따른 조정 압력에 신흥국 불안이 가세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7일 발표될 미국의 1월 고용지표마저 부진하면 경기회복 기대감이 불안감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 컨설팅회사 옥스퍼드 어낼리티카는 미국의 주가 급락이나 경제지표 부진이 확대될 경우 테이퍼링 속도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