抗日 여성 뜨거운 외침, 시와 그림되어 日 심장 도쿄서 울리다
입력 2014-02-05 01:36
고려박물관, 이윤옥 시인·이무성 화백 詩畵작품 전시회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 그보다 더한 영광 없을 지어니 비굴치 말고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여성 항일운동가를 추모하는 시화(詩畵)전이 열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끊임없이 역사 왜곡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일본 한복판에서 여성 항일운동가들의 모습을 표현한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와 한국문화사랑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도쿄 신오쿠보 고려박물관에서 ‘여명을 찾아서-시와 그림으로 표현한 독립운동의 여성들’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이윤옥(55) 시인과 이무성(71) 화백이 함께 만든 작품은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1927)씨와 3·1만세운동을 하다 순국한 동풍신(?∼1919)씨, 임신한 몸으로 평남도청에 폭탄을 던진 안경신(1887∼?)씨 등 여성 항일운동가 20여명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전시회장이 과거사를 반성하는 일본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고려박물관이라는 점도 관심사다. 고려박물관에 소속돼 ‘조선여성사연구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온 일본인들은 지난해 5월부터 여성 항일운동가들에 대해 공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이윤옥 시인과 이무성 화백의 작품을 접하게 됐고 전시회까지 열게 된 것이다.
이 시인은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독립운동가 1만3000여명 중 여성은 223명뿐(지난해 8월 15일 기준)”이라며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독립운동을 했음에도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어 전시회까지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시인과 이 화백은 다음 달 8일 전시회장을 방문해 일본인 관람객을 대상으로 여성 항일운동가들을 주제로 한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화전은 2012년 이후 국내에서는 세 차례 열렸지만 해외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회는 다음 달 30일까지 계속된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