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일본 여자와 사귀는 법, 피폭된 애 말고’… 남성 월간지 ‘맥심’ 표제 여론 역풍
입력 2014-02-04 17:57
[친절한 쿡기자] 남성 월간지 ‘맥심’이 일본의 방사능 재앙을 조롱한 듯한 표제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편집장이 공개적으로 사과했지만 이마저도 반일감정을 앞세우면서 여론의 역풍을 부르고 말았습니다.
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일본 여자와 사귀는 법, 피폭된 애 말고’라는 표제를 사용한 맥심 2월호를 놓고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문제의 제목은 맥심코리아가 지난달 23일 발매한 2월호의 표지 왼쪽 하단에 적혀 있습니다. 표지에만 사용됐고 실제 기사는 ‘일본인 여자친구를 만드는 회심의 비법서’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남성의 패션과 취미는 물론 깊은 이성관계까지 다루는 맥심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남성잡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본에서는 발행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매월 발행일을 앞두고 커버모델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릴 정도로 20, 30대 남성 독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죠. ‘군인의 필독서’라는 애칭도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독자들도 ‘피폭된 애’라는 제목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4년째 재난과 싸우는 피해자들을 조롱한 듯한 제목에 독자는 물론 네티즌까지 한목소리로 비난했습니다. SNS에는 “남성잡지에 고상한 제목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인간성을 상실한 수준”이라거나 “수용할 수 있는 드립(인터넷 막말)의 수위를 넘었다”는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시민운동가 백찬홍씨는 “아베 정부에 할 말이 많지만 이번에는 일본 국민에게 사죄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트위터에 적어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잡지의 표지를 촬영해 주한일본대사관의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알린 네티즌들도 등장했죠.
맥심코리아는 여론의 공분이 정점에 달한 지난 3일 오후 홈페이지에 이영비 편집장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표지의 편집을 담당한 부서에서 초안으로 설정한 제목을 가려내지 못했다는 게 이 편집장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편집장은 사과문에서 “일본의 독도 관련 망언과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의식해 비난과 조롱을 담으려 했다”는 당초의 편집 의도를 드러냈습니다. 일본의 과거사 도발과 영토 문제 등 현안과 무관하게 불거진 논란을 해명하면서 반일감정을 앞세워 진화를 시도한 게 문제였죠. 네티즌들은 “일본의 원전 피해자에 대한 조롱을 사과하면서 과거사로 우리를 도발하는 일본 정부를 끌어들이는 이 편집장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거나 “밑도 끝도 없는 반일감정은 세계적인 냉소만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제국주의의 망상에 빠진 일본과 재난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웃나라 일본을 구분할 줄 아는 네티즌들이 이 편집장보다 더 냉정해 보이는군요.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