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서론, 몸통=본론, 다리=결론… 우리 몸 연상하면 논술이 쉬워져요

입력 2014-02-05 02:33


논술 보디맵 개발 이명자 교사

“쓰기 어렵지 않아요.”(조예준·13) “재미있어요.”(이효서·13) “글이 술술 풀려요.”(조예서·13)

서울 은평구 가좌로5길 충암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지난달 27일 만난 이 학교 5학년생 3명이 논술에 대해 한 말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 형과 언니들도 어려워하는 논술을 이들은 그림일기 쓰듯이 써내려간다고. 혹시 논술영재? 이들은 “우리 학교 이명자 선생님이 보디맵을 통해 가르쳐 주신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직 경력 20년이 넘는 이 교사는 “대학입학시험에서 논술 비중이 커지면서 초등학생들에게도 논술과외를 시키는 것을 보고 2005년부터 논술 지도에 나섰다”고 했다. 이 교사는 “논술이론과 전문용어가 아이들에게는 너무 어려워 고민한 끝에 우리 몸을 통해 논술 교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초등 논술영재 되기’란 책도 출간한 이 교사는 “보디맵의 이론을 활용하면 어머니들이 직접 논술을 쉽게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말? 이 교사는 “어머니들이 논술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깬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에게 논술의 구조를 알려주기 위해 ‘논술쟁이’란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 교사는 “캐릭터를 통해 논술을 가르치되 엄마가 자신이나 아이의 몸을 가리키며 동작을 많이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글을 쓸 때 이 동작들이 떠오르면서 필요한 부분들을 빼놓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처음 논술을 쓸 때는 보디맵(그래픽 참조)을 그려놓고 페이스(얼굴)·트렁크(몸통)·레그(다리) 맵을 먼저 정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 논술을 써보게 하라고 했다. 익숙해지면 이 과정은 생략해도 된다.

이 교사는 “평소 자녀와 얘기할 때도 논리적으로 대응하도록 훈련을 시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화나 원피스, 장난감 등을 사달라고 하면 그게 왜 필요한지, 그것을 사주면 어떻게 할 건지 등을 조목조목 얘기하게 하라는 것.

이달 중순 봄방학이 시작된다. 엄마들이 먼저 보디맵을 익혀 봄방학 동안 자녀들에게 논술의 기초를 다져 주자. 초등학생은 물론 중·고교 자녀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하다.

◇논술쟁이는 5등신의 ‘숏다리’=논술쟁이는 5등신으로 얼굴이 1/5, 몸통은 3/5, 다리가 1/5을 차지한다. 이는 논술 전체 길이를 5로 봤을 때 서론 1, 본론 3, 결론 1의 비율이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다. 이 교사가 개발한 보디맵은 서론에 해당하는 얼굴, 즉 페이스 맵, 본론은 몸통인 트렁크 맵, 결론은 다리인 레그 맵으로 구성돼 있다.

◇페이스 맵=서론을 구성할 때 얼굴에 있는 감각기관을 활용하도록 이끈다. 눈으로 현상을 보고(문제상황), 귀로 의견을 듣고(논점), 코로 낌새 즉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다(문제제기). 뇌를 통해 눈 귀 코가 전해준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주장), 입으로 그 주장을 어떻게 펼쳐나갈지를 밝힌다(입장). 그리고 얼굴과 몸을 이어주는 목처럼 본론을 어떤 순서로 구성할 것인지 안내한다.

논술 주제가 스마트폰이라면 이렇게 적용할 수 있다. 평소 지하철이나 집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종일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을 봤을 터이다(눈을 가리키고). 그렇게 계속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눈도 나빠지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귀를 톡톡 친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쓰면 어깨도 구부정해지고, 눈도 나빠지고, 스마트폰에 중독될 것이라고 걱정들을 한다(코를 킁킁거림). 이런 정보들을 종합해 보면 ‘스마트폰을 바르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머리를 톡 치고)을 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알려야 할 것이다(입을 두드린다). 그럼 먼저 스마트폰의 장단점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할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목을 감싼다).

◇트렁크 맵=본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양팔과 손가락, 배꼽을 활용한다. 왼팔은 하나의 의견이나 문제점이며, 손가락은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유와 근거다. 오른팔은 또 다른 의견이나 반대되는 의견 또는 해결방안이고, 손가락은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유와 근거다. 몸의 중심인 배꼽은 내 생각의 중심인 주장을 다시 한 번 창의적으로 강조해주는 상징으로 활용한다.

스마트폰 과다사용으로 인한 문제점(왼팔을 들면서)은 중독 가능성, 인지 기능 저하, 주의력 결핍, 체력 약화(손가락을 하나씩 펴면서) 등이 있고, 스마트폰을 바르게 사용하려면(오른팔을 들면서) 사용 용도와 시간 정하기, 쓰지 않는 날 정하기(손가락을 하나씩 펴면서) 등을 실천한다. 스마트폰의 과다 사용으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므로 중독이 되기 전에 올바른 사용방법을 알고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배꼽을 가리키면서)고 주장을 다시 강조한다.

◇레그 맵=결론 부분이다. 왼쪽 다리는 서론과 본론을 요약하고, 주장을 재강조한 다음 오른쪽 다리는 전망을 제시하고 가치를 밝힌다. 왼발은 실천사항이나 실행방안을 제시하고, 오른발은 결의를 촉구한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문제점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중독되기 전에 자기관리를 적절하게 해야 한다(왼쪽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내리면서)고 주장을 재차 강조한다. 스마트폰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정보화 사회에 알맞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다(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내리면서).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문화를 마련하고, 각자가 노력하고, 학교에서 올바른 사용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실천사항(왼발을 내딛으며)을 소개하고, 나쁜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는 것은 힘든 만큼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 사용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되자’(오른발을 내딛으며)는 결의를 촉구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