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해, 봄 ‘Blue’에 꽂히다

입력 2014-02-05 02:33


블루가 지구촌 유행 색으로 뜨고 있다.

60년 만에 왔다는 청마의 해. 우연인지 우리나라 올봄 패션의 주인공은 블루다. 패션 브랜드마다 청색 옷과 가방 등 패션 소품을 쏟아내고 있다. 오픈마켓 ‘11번가’에선 ‘뉴 패션 코드 블루’ 특집 코너를 마련했다. ‘질스튜어트’ ‘모그’ 등 LG 패션의 여성복 브랜드들도 올해 상반기 블루 색상의 제품을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 에버랜드의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와 ‘로가디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청색 제품을 10% 이상 늘려 잡았다. 봄 재킷과 셔츠, 타이와 액세서리 제품의 30% 정도를 블루 계열로 출시할 예정이다.

유럽과 미국 패션가도 글로벌 색채 연구소 팬톤이 올해 유행 색으로 꼽은 ‘다즐링 블루’가 휩쓸고 있다. 2014 봄여름 뉴욕 컬렉션에는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입어 유명해진 ‘제이슨 우’를 비롯해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도나 카란’ ‘안나 수이’ ‘베라 왕’ 등이 다즐링 블루를 선보였다. 파리 컬렉션에선 색채의 마술사란 ‘에마누엘 웅가로’와 ‘크리스티앙 디오르’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전통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는 물론 ‘끌로에’ ‘바네사 브루노’ 등 젊은 디자이너들까지 다즐링 블루를 선택했다. 밀라노컬렉션의 ‘펜디’ ‘에트로’ ‘막스마라’ ‘에밀리오 푸치’ ‘미소니’ 등의 무대에도 다즐링 블루가 주인공이었다.

간지(干支)가 없는 서양에서도 블루가 뜨는 이유는 뭘까? 11번가 패션문화연구소 남은희 소장은 “서양에서 제시된 다즐링 블루는 밝은 청색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기 불황 속에 겨울을 보낸 사람들이 어두운 무채색 계열이 아닌 활기찬 블루 색상에서 새해 희망과 활기를 찾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블루는 오래전부터 멋쟁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색으로 그 이미지는 야누스적이다. 2009년부터 소비자 트렌드 분석서를 내놓고 있는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김난도 교수는 지난해 말 출판한 ‘트렌드 코리아 2014’의 표지색상을 인디고 블루로 정했다. 해마다 그해의 상징색을 표지에 사용해온 김 교수는 “청색은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는 프랑스 혁명 이후 자유, 냉정, 평온, 젊음, 희망 등을 나타내는 색이다. 반면 영어권에서 블루는 우울 슬픔 미숙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운의 꿈’ 등 긍정적인 의미도 담고 있지만 ‘청매(靑梅)’ 등 미숙하다는 뜻도 있다.

올봄의 파랑은 부정보다는 긍정의 기운이 더 크다. 청색을 해마다 봄여름 패션쇼 무대에 올린다는 여성복 디자이너 박윤수씨는 “다즐링 블루를 비롯해 올 봄여름의 파랑은 경쾌함과 희망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은 해외 패션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다양한 파랑 중에서도 다즐링 블루가 더욱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컨설턴트협회 정연아 회장은 “다즐링 블루는 밝고, 경쾌하고, 여성스러운 파랑”이라면서 “피부색이나 톤과 관계없이 두루 어울리는 색상”이라고 소개했다. 정 회장은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의 다즐링 블루는 남성보다는 여성에 잘 어울리지만 여성적인 감성이 확산되는 요즘에는 남성들도 도전해볼 만한 색상”이라고 말했다.

다즐링 블루를 더욱 멋스럽게 입고 싶다면 어떤 색과 함께 입으면 될까? 정 회장은 “검정과 입으면 지적이고 도시적인 느낌을, 흰색과 함께 입으면 밝고 경쾌한 느낌을 살릴 수 있고, 노랑 핑크 등과 입으면 여성스러움이 돋보일 것”이라고 알려 준다.

만약 튀는 색감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소품에 활용해보자. 신원 여성복 브랜드 ‘이사베이’ 디자인실 이연희 실장은 “가방, 시계, 신발 같은 액세서리를 다즐링 블루로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유행 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때 전체적인 차림에 지나치게 많은 색감이 들어가면 번잡하고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으므로 블루 액세서리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템은 모노톤(단색)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