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요하는 신흥시장과 차별화 추구할 때

입력 2014-02-05 01:41

최근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이 크게 흔들리면서 한국경제도 그 여파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듯하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090원선을 넘었고 코스피지수는 1890선 아래로 처졌다. 환율 변동과 주가지수 하락의 배경에는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겹친 탓도 있겠으나 본질적인 요인은 신흥시장 발(發) 악재다.

하지만 국내외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은 그리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보고서를 인용한 파이낸셜타임스의 4일 보도에 따르면 경상수지, 외화보유액, 단기외채 대비 외화보유액 비율, 수출 대비 외채 비율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신흥국들과 차별화된다. 지표상으로는 한국이 신흥국들과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위기의 중심에 있는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시장에서는 연일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는 이른바 ‘탈(脫) 이머징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나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확인된다. 외국인 원화채권 투자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국가부도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신흥국들의 경우 급등세지만 한국은 오름 폭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신흥국, 이머징마켓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원래 이머징마켓이란 유가증권 투자와 관련해 구미 선진국시장 이외의 새로운 투자지역에 대한 명칭으로 프런티어마켓(차기 이머징마켓)과 더불어 명명된 것이다. 지금은 이머징마켓에 속한 국가군(群)을 한데 묶어 지칭하기도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이 맥을 못 출 때 신흥국 경제가 세계경제를 견인함으로써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닥쳤다. 한국은 그동안 유력한 이머징마켓으로 평가돼 왔었으나 문제는 신흥시장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는 탓에 지금과 같은 신흥시장의 동요에 도매금으로 평가될 위험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차별화 전략이 요청된다. 신흥시장이면서도 한국은 여타의 신흥시장과는 다르다는 점을 세계 시장에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국의 속성상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따라 환율 급등락과 유동성 위기가 빚어질 가능성은 늘 있다. 관련 대책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차단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경제성과를 각인시키면서 긍정적 평가유인을 제공할 때 가능한 문제다. 우량 경제지표는 물론 신성장 동력이 작동되고 있으며 끊임없이 개혁이 일어나고 있다는 구체적인 성과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내보여야 한다. 이 모든 것은 기업과 정부가 함께 감당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