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여행 탓하기 앞서 국내관광 경쟁력 키워야

입력 2014-02-05 01:33

지난해 우리나라 관광수지는 35억3000여만 달러 (3조8200여억원)적자를 기록했다. 외국인 여행객이 국내에서 쓴 경비보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쓴 돈이 올해 광주광역시 전체 예산(3조6000여억원)보다 많다. 2001년 이후 13년 연속 적자다. 지난 10년간 누적 적자액은 5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이어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재정 운용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규모다.

정부가 3일 국민관광진흥회의를 열어 국내 관광 활성화 방안을 확정, 발표한 목적도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국내에 잡아두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관광주간을 신설하고 근로자 휴가지원제도를 운영키로 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내놓았다. 관광산업의 내수비중을 높여 2017년까지 관련 일자리를 100만개로 늘리고, 관광수지 적자도 줄여 보자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 계획이 성공하려면 휴가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대개 휴가가 여름 한 철에 집중되다 보니 바가지 상혼이 기승을 부리고 이름난 휴가지는 사람들로 넘쳐나 북새통을 이룬다. 치유와 휴식이 돼야 할 휴가가 짜증과 고생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 관광객들을 탓하기 앞서 이런 불합리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봄·가을 관광주간은 휴가를 분산시키는 데 소기의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제도가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의 관광 인프라와 서비스로는 수준이 높아진 내국인을 붙잡기에 역부족이다. 불결하기 짝이 없는 숙박시설, 호객행위, 불친절 등 개선할 점이 수두룩하다. 관광객을 불러 모으려면 그 지방에서만 누릴 수 있는 볼거리, 즐길거리, 살거리, 먹거리, 체험거리, 할거리 가운데 하나라도 갖춰야 한다. 여기에 가격·서비스 경쟁력은 기본이다.

관광은 공해가 없고,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산업이다. 외화가득률 역시 반도체의 2.5배, TV의 1.4배에 이른다고 한다. 고용 및 파급효과가 큰 관광산업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육성하고 발전시켜야 할 미래 성장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