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종걸] 국제개발협력과 사회적경제

입력 2014-02-05 01:33


지구촌을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고 생각하면 5명이 부의 32%를 가지며 20명은 매일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한다. 1명이 대학을 가며 16명은 읽지도 쓰지도 못한다. 50명이 영양상태가 좋지 않으며 1명은 배고픔으로 죽어간다. 세상은 여전히 가난하고 불평등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0년 9월 유엔에서는 8개 목표, 21개 중점항목, 60개 성과지표를 밀레니엄개발목표(MDGs)로 책정한 바 있다. 1960년대 이후 여러 개발원조계획이 거의 효과를 못 보았던 것에 비하면 이번에는 그런대로 합격점을 줘도 된다. 작년 말 발간된 유엔의 결과보고서는 적어도 절대적 빈곤인구, 말라리아 및 결핵 감염, 식수접근성 등에서는 거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한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첫째로 사업의 통합성 증대와 명확한 성과지표 설정이 바로 그것이다. 유엔 안에 각기 따로 놀던 대외원조를 유엔개발계획(UNDP) 중심으로 통합·조율하는 움직임이 강화됐다. 세계은행이 빈곤삭감전략문서(PRSP)와 이를 위한 중기재정계획(MTEF) 작성을 원조대상국에게 의무화한다거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서 교육, 위생 등 각 사업별로 원조사업을 통합시켜 가는 것(SWAp) 또한 원조의 효과성을 높여가는 것이었다.

둘째로 현지 주민의 참여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개발현장을 다니다 보면 텅 빈 도서관, 먼지 먹은 컴퓨터센터, 짐꾼들 일자리를 빼앗아 버린 도로건설 등 현지의 필요와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사례는 많이 발견된다. 탁상행정의 결과인 것이다. 원조의 대상이 아니라 문제를 같이 풀어가는 주체로서 현지주민을 조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은행이 매년 발간하는 개발보고서에서 2000년 처음으로 현지주민의 참여와 능력증진이 주요 정책과제로 부각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할까. 지난 정부 이후 우리의 대외원조(ODA) 예산은 크게 늘었다. 2009년에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고 2015년까지 ODA 규모를 국민총소득 대비 0.2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정책조율기능을 강화한 국제개발기본법도 제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많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2010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외원조는 총 1073개 사업(10억5405만 달러)이 32개 정부기관에서 실시된다. 그런데도 부처 간 중복지원, 일회성 사업의 남발, 유·무상 지원체계의 분절,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형식화 등 문제점은 많이 지적된다. 현지의 여건을 반영하지 못해 지역주민의 능력 향상에도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사회적 경제 영역을 대외원조 수행의 중요한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사회적 경제 조직을 현지의 사회적 경제 조직과 연계시킴으로써 대외 원조의 효과성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과 관련한 법과 제도는 한국이 가장 선진적이다. 사회적기업을 법으로 규정해 지원하고 있는 나라도, 협동조합을 8개 개별법과 일반법(협동조합기본법)으로 촘촘히 엮어간 나라도 거의 없다. 단기간에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각각 3000개가 설립된 나라도 드물다. 우리의 새로운 강점인 것이다. 더구나 사회적 경제 영역은 대부분 지역사회 속에서 작동하며 참여주민의 능력 향상이 중요한 활동 목적으로 된다. 가령 다양한 시민이 참여하는 ‘공공외교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원조대상국에도 ‘지역개발 협동조합’을 설립·지원하여, 양자 간 협력에 의한 ODA 사업수행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과정 속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참여하며, 그러한 훈련과정을 통해 공정무역, 공정여행 등의 새로운 사회적기업을 창업해 나갈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사고는 지구 단위로 하고 문제 해결은 눈앞의 구체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 이것은 사회적 경제에도 당연히 해당된다. 사회적 경제의 국제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