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강등·고문 등 탄압 속에서 하나님 떠나지 않은 중국 기독인
입력 2014-02-05 01:32
붉은 하나님/랴오이우 지음/새물결플러스
저자 랴오이우(廖亦武·56)는 중국 반체제 시인이자 작가다. 1989년 천안문 사태 희생자를 애도하는 서사시인 ‘대도살’을 쓰고 4년간 옥살이를 했다. 2001년 대만에서 중국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담은 ‘저 낮은 중국(The corpse walker)’을 출간해 2012년 독일출판협회에서 평화상을 수상했다.
반체제 작가인 저자가 ‘중국의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신경과 전문의이자 베이징 가정교회 지도자인 쉬용하이를 만나고부터다. 그는 2004년 저장성에서 복음을 전하다 3년형을 선고받았다. 무교인 저자는 정부가 인가한 삼자애국교회를 가지 않아 옥고를 치른 그리스도인의 용기에 감복한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이들이 궁금했던 랴오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윈난과 쓰촨, 후난, 허베이성 등지를 돌며 18명의 기독교인을 취재한다.
랴오는 중국 기독교인이 공산주의 치하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했는지 조명한다. 50∼70년대 사회주의 교육과 문화대혁명(문혁) 시절 그리스도인은 ‘제국주의자들의 첩자’로 낙인찍혀 정부에 재산과 직업을 빼앗기고 계급이 강등됐다. 또 사상개조란 명목으로 공개비판과 취조, 정치학습모임을 강요받으며 온갖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그러나 이들은 가혹한 처벌보다 ‘하나님을 배반하는 것’을 더 두려워했다. 저자는 선교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처형돼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기념동상이 세워진 왕즈밍 목사,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31년간 강제노역에 동원된 장인샨 수녀, ‘적극적인 반혁명분자’로 체포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베이징 가정교회 지도자인 위안시앙천 목사 등의 입으로 중국의 기독교 수난사를 전한다. 엄혹했던 시국에도 오직 한 길을 걸었던 이들의 자취는 부와 안락에 사로잡힌 중국 대도시 그리스도인에게 깊은 교훈을 던진다. 이는 국내 그리스도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