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조선인 교육 학교 건립 총독부에 건의”… 日 하타노 교수 ‘근대서지’ 논문
입력 2014-02-04 02:31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아온 춘원 이광수(1892∼1950·사진)가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齋藤實)에게 조선인 청년들을 위한 학교 건립을 건의하면서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하타노 세츠코 일본 니카타현립대 교수가 근대서지학회의 반년간 학술지 ‘근대서지’ 8호에 실은 논문 ‘사이토 문서와 이광수 건의서’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이광수는 “중국과 시베리아를 유랑하는 조선인 지식 청년들을 그대로 두면 이들이 러시아 수중에 들어가 과격화되고 일본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구제책으로 중국에서 토지를 구입해 기숙사가 딸린 학교를 짓고 청년 500명을 모아 농업과 산업 기술을 가르칠 것, 간도와 서간도에 거주하는 조선인을 선도 계발해야 할 것, 이들이 거주하는 마을에 소학교와 강습소를 설치하고 산업·위생 등에 관한 계몽활동을 할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이광수는 건의서 말미에 이들 사업을 실행할 때 “절대 비밀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하타노 교수는 이에 대해 “이광수는 총독부 돈으로 이런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동포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잘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