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더 크게… 더 많이… 컨테이너선 매머드급 대형화 가속

입력 2014-02-04 02:34


‘한 번에 더 많이 실어 나른다.’ 바닷길로 화물을 운송하는 컨테이너선의 대형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대량 운송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세계 해운업계의 전략 수정에 따른 현상이다.

지난해 6월 세계 조선·해운업계는 1만8270TEU급 컨테이너선 탄생에 주목했다.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1만8270개 실을 수 있는 배다. 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세계 1위의 덴마크 해운선사인 AP몰러 머스크사가 대우조선해양에 제작을 의뢰해 만들어졌다. 당시 조선·해운 관련 외신은 “매머드급 컨테이너선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대 컨테이너선 기록은 반년여 만에 깨지게 됐다. 중국의 해운사인 차이나시핑컨테이너라인사(CSCL)가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1만9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지난달 20일 착공에 들어갔다. CSCL사는 애초 1만8400TEU급에서 크기를 더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컨테이너선의 대형화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해운업체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1위 업체 머스크가 대형 컨테이너선으로 좋은 실적을 내자 다른 업체도 경쟁적으로 큰 배를 찾는 추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3일 “머스크는 속도를 줄이는 대신 한 번에 많이 나르는 전략을 택해 최근 불리한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1만8270TEU급 컨테이너선을 모두 20척이나 대우조선해양에 주문했으며 최근까지 5척을 인도받았다. 척당 가격은 2000억원이다.

컨테이너선 대형화는 고유가시대 연료를 줄이는 방편이기도 하다. 작은 배로 여러 차례 나르는 것보다 큰 배로 한 차례 나르는 게 연료 절약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 만들어지는 배는 연료 효율이 뛰어나다. 현대중공업이 제작하는 컨테이너선은 운항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연료량이 조절된다. 1만9000TEU급이지만 1만TEU급보다 연료 소모가 20% 이상 적다.

국내 해운업체도 대형 컨테이너선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상선은 올해 1만3000TEU급 선박 5척을 인도받아 아시아·유럽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기존의 5척과 함께 모두 10척의 1만3000TEU급 선박을 투입하게 되는 것이다. 2016년에는 1만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추가 투입한다.

내년 확장공사가 완료될 파나마 운하도 컨테이너선 대형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금은 최대 5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운하를 지날 수 있지만 2015년 이후에는 1만2000TEU급도 통과할 수 있게 된다. 아시아에서 미국 동안(東岸)으로 직접 운송이 가능해 운임 단가를 낮출 수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컨테이너선 대형화가 반갑다. 세계적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제작할 수 있는 조선소가 몇 곳 없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체도 만들 수 있겠지만 우리보다 시간이 배 정도 더 필요할 것”이라며 “대형 컨테이너선 수요가 커지고 있어 조만간 2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선사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