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우는 것만큼 해롭다… 벽이나 먼지에 붙어 영향 주는 ‘제3의 흡연’

입력 2014-02-04 02:34


이른바 ‘제3의 흡연’도 직간접 흡연 못지않게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온라인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데일리는 마누엘라 마르틴스-그린(Manuela Martins-Green) 교수가 이끄는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 대학 세포생물연구팀의 연구 결과 제3의 흡연(third-hand smoke) 노출도 간과 폐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3의 흡연이란 니코틴 등 흡연자가 피운 담배 연기 속의 독성물질이 먼지, 카펫 등 주변 환경에 섞여 오랜 시간 방치되면 이런 환경에서도 간접흡연을 하는 것과 같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살다 나간 주택이나 아파트, 흡연자가 묵었던 호텔 방, 흡연 구역 등이 제3의 흡연에 노출되기 쉬운 곳이다.

사이언스 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마르틴스-그린 교수팀은 사람이 제3의 흡연에 노출되었을 때와 같은 조건의 환경에서 일단 쥐들이 살게 하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쥐들의 간에 지방이 쌓이면서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겼고 폐에도 콜라겐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기면서 염증 표지 단백질(사이토킨)이 증가했다. 또 피부에 생긴 상처가 잘 낫지 않고 과잉행동장애 증상도 나타났다. 지방간은 간경화와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 또 폐에 염증성 단백질이 많아지면 폐의 섬유화 현상을 촉진해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생길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이에 대해 “담배 연기나 입자에 관한 한 어디까지가 인체에 안전한지 허용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제3의 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담배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상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전문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