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원유 유출량 업체 보고의 205배
입력 2014-02-04 02:34
설날인 지난달 31일 발생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앞 사고로 유출된 원유량이 16만4000ℓ인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정유업체인 GS칼텍스 측이 당초 추정 발표한 양(800ℓ)의 205배, 수사 초기 해경이 추정한 양(1만ℓ)의 16배가 넘는다.
특히 GS칼텍스 측이 사고를 30여분쯤 늦게 신고하고 유출량을 턱없이 줄여 여수시에 보고한 데다 송유관 비우기 작업을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수해양경찰서는 3일 오전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2부두 원유유출 사고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 싱가포르 국적 우이산호가 원유부두로 접안을 시도하면서 적정 속도인 2∼3노트가 아닌 약 7노트의 속력으로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해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 사고로 원유 이송관 등 송유관 3개가 파손돼 원유 7만ℓ, 나프타 6만9000ℓ, 유성혼합물 2만5000ℓ 등이 해상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해경이 추정한 유출량은 200ℓ들이 820드럼에 해당된다. 해경은 파손된 송유관 3개의 용량과 파손된 부위부터 밸브까지의 거리 등을 근거로 유출량을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유관이 파손된 뒤 1시간이 지나 송유관과 연결된 밸브를 잠근 것을 고려하면 유출량은 해경 추정치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도 있다.
GS칼텍스 측의 안이한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GS칼텍스 측은 사고 발생 1시간여 전에 우이산호와 비슷한 규모의 유조선이 원유 이송작업을 마쳤으나 송유관의 밸브를 잠그고 속을 비우는 이른바 ‘블로잉’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해경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작업만 했어도 원유 유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 측은 또 사고 직후인 오전 9시35분쯤 사고 사실을 인지하고도 해경 등에 30여분이 지나서야 신고했다.
해경은 신고를 받고 헬기 1대와 방제정 등 16척을 사고 현장으로 보냈지만 방제정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사고 후 1시간여가 지난 오전 10시36분쯤이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해당 선박과 도선사의 과실로 추정되는데도 엉뚱하게 GS칼텍스가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 규모를 줄이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최초에 사고를 신고할 때 계속 접수하는 쪽에서 유출량을 대충이라도 얘기하라고 해서 어림짐작해서 신고했을 뿐이지 유출량을 추산하거나 발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이날도 경비정 60척 등 선박 200여척을 동원해 사고 해역을 중심으로 기름때 제거 작업을 벌였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신덕마을 해변에는 여수시 공무원과 마을 주민 등 1000여명이 ‘갯닦기 작업’을 했다.
해경은 “사고 해역으로부터 5해리(약 9㎞) 이내의 여수시, 남해군 양식장에 유류 오염 피해가 예상된다”며 “지자체와 협조해 최단 시일 안에 방제활동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여수시도 안전행정부 재난대응팀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세부적인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사고선박의 보험회사, 국제유류오염보험조합 관계자들과 오염 현장 확인 및 면담을 진행했다.
여수=김영균 기자, 김찬희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