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징역 20년 구형] 檢 “RO는 실체”… 5월 회합 ‘내란음모 위한 결의’ 판단

입력 2014-02-04 02:33 수정 2014-02-04 10:12


중형 구형 의미와 전망

검찰이 통합진보당 이석기(52) 의원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내란음모 혐의까지 적용해 기소할 때부터 높은 구형량은 예견됐다.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회합 녹취록 대부분이 증거로 채택된 점도 중형 구형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마지막까지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마지막까지 RO 실체 공방=49차례나 진행된 재판의 핵심 쟁점은 내란음모를 조직적으로 준비했다는 RO의 실체였다. 이 의원 등이 RO라는 조직을 통해 내란을 준비했다는 게 검찰의 핵심 논리인데, RO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면 이 의원에 씌워진 내란음모 혐의는 입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내부 제보자의 진술을 토대로 RO 조직이 존재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의원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2003년 8월 이후 RO가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지하조직 형태로 조직됐고, 비밀스럽게 운영돼 왔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3일 최종 의견 진술에서도 “한반도 전체를 사회주의화하려는 목표 하에 오랜 기간 동안 사상학습과 실천투쟁을 통해 힘을 축적해 왔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RO는 허구’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피고인들의 사적모임을 과장해 RO라는 허구의 상위 집단을 추측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RO를 이적단체(적을 이롭게 하는 단체) 구성 혐의로 기소하지 못한 이유가 RO가 실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핵심 증거는 5월 회합 녹취록=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는 지난해 ‘5월 회합’ 녹취록이다. 검찰은 5월 회합이 단순한 강연회가 아닌 ‘내란음모를 위한 결의’로 판단하고 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기간시설 타격·장악 발언’ ‘한 자루 권총사상’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재판 과정에서 불법수집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대부분의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했다. 검찰이 유죄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변호인단은 녹취록의 일부 발언만을 가지고 내란음모로 의율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다. 대다수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지 않았고, 발언을 한 참석자들 사이의 의견 편차도 크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5월 회합에서 ‘미국으로부터 오는 전쟁위기를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며 “이 많은 의견들을 일괄해서 내란음모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통진당 정당해산 심판에도 영향 줄 듯=결론은 재판부의 판단에 넘겨졌다. 검찰은 1966년 처음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된 한국독립당 김두한 의원에게 징역 5년,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내란음모죄로 기소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무죄를 선고받았고, 김 전 대통령은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2003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2부는 오는 14일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재판부의 결론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통진당의 정당해산 심판청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는 이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통진당 해산의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통진당 측은 그동안 “재판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이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심리에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