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 레노버, 모토로라 날개 달고 중저가 공략… 삼성·LG, 美·中시장서 고전 우려

입력 2014-02-04 02:33


중국 IT업체 레노버가 모토로라 모빌리티(이하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국내 IT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상당한 충격파가 예상된다. 레노버가 저렴한 가격에다 모토로라의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중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는 업체는 LG전자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아킬레스건은 중국시장이다. LG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0.1% 안팎이다. LG전자의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4.8%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지 못하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부활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레노버가 모토로라와 합치면서 LG전자의 중국 시장 공략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레노버는 중국에서 13% 안팎의 점유율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모토로라 브랜드까지 중국 내에서 활용하면 지금보다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전자로선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중저가 시장에서는 레노버에 협공을 당하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3일 LG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48% 하락했다.

LG전자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일정부분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모토로라를 업은 레노버가 약진할 개연성이 크다. 그동안 모토로라는 미국 생산을 고집해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따라서 레노버가 생산비용이 낮은 중국에서 제품을 가져오면 지금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면서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모토로라는 미국인이 사랑하는 브랜드다. 중국 업체에 인수됐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 있지만 수십년간 쌓은 인지도가 높아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내놓으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레노버는 IBM PC사업을 인수해 세계 PC업계 1위에 오른 경험이 있다. 레노버가 당장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는 삼성전자에 위협이 되지 못하겠지만 보급형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점유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모바일 시장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지난해 태블릿PC 출하량을 조사한 결과 애플 아이패드의 점유율은 32.7%를 기록했다. 아이패드 점유율이 3분의 1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반면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59.3%에서 62.3%로 늘었다. 이는 iOS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태블릿PC는 아이패드밖에 없는 반면 안드로이드 OS는 삼성전자, 에이수스 등 다양한 업체가 활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iOS와 안드로이드 양강 체제에 눌려 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윈도폰이 칠레, 이탈리아, 멕시코, 베트남 등 24개국에서 아이폰보다 많이 팔렸다고 보도했다. 이 중 14개국에선 안드로이드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윈도폰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156%나 증가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