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 위해 만든 물류센터 대기업에 넘긴 슈퍼연합회장
입력 2014-02-04 01:38
동네 슈퍼마켓들을 위해 국고로 조성된 물류센터를 뒷돈을 받고 대기업에 팔아넘긴 슈퍼마켓 단체 간부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은 서류조작도 서슴지 않으며 소상공인을 위한 보조금 수십억원을 조직적으로 빼먹었다. 영세 상인들의 물류비용을 줄여주는 물류센터 사업은 물론 간판 교체, 교육 보조금 사업도 이들의 먹잇감이었다(국민일보 2013년 12월 20일자 1·9면 보도).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지급되는 보조금을 받아내려 조합원 수 등을 조작해 53억원을 부당 수령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김경배(58)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 등 13명을 검거하고, 이 중 알선 브로커 김모(64)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김 회장 등은 소상공인 50명 이상으로 구성된 단체가 공동 구매에 필요한 물류센터 건립을 신청하면 최대 90%까지 보조금이 지원되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국고보조금을 허위로 타내 2007년 10월 부산만덕물류센터를 완공했다. 이들이 지자체 등에 제출한 계획서에는 총 사업비 40억원 중 15억원을 자체 부담한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그 근거로 제시한 통장 잔고증명서는 사채업자 등에게 일시적으로 돈을 빌려 조작한 것이었다. 결국 보조금 25억원을 타내 물류센터를 짓고 이를 대기업 B사에 넘겼다. B사는 국내 중견 해운사인 S사의 계열사로 연매출 1000억원에 이르는 기업이다. 김 회장 등은 그 대가로 매월 300만원을 받고 고급 승용차를 제공받는 등 모두 1억3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만들어진 물류센터도 비슷했다. 김 회장 등은 조합원 670여명이 출자해 물류센터를 세우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 2009년 6월 경기도와 의정부시로부터 28억원을 받았다. 해당 조합의 실제 구성원은 10여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의정부 물류센터도 B사에 운영권을 넘기면서 2000만∼8500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경찰은 동네 슈퍼마켓 간판교체사업을 위탁받아 간판을 바꾼 것처럼 속이는 등의 방법으로 2440만원을 챙기고 경영 지도비 8500만원을 허위로 타낸 혐의로 김 회장과 간판 업체 대표 등 8명을 입건했다. 또 강의료 부풀리기, 강의시간 조작 등의 수법으로 허위 서류를 작성해 2009∼2012년 교육보조금 9억4500만원 중 3억7000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