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달라진 이웃돕기… 차상위계층에도 온정의 손길 부쩍
입력 2014-02-04 02:32
기초수급자에 몰리던 지원, 복지 사각지대로
불우이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연말연시면 주변의 기초생활수급자들을 찾는 발길이 많았다. 소득에 따라 계층을 나눌 때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들은 늘 기업이나 복지단체의 지원 대상 ‘1순위’였다.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저소득 장애인 가정 등이 해당한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불우이웃돕기의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정부로부터 생활비 지원을 받는 이들보다 한 단계 위의 ‘차상위계층’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소득은 있지만 그 벌이가 너무 적어 궁핍한 사람들, 수입이 최저생계비를 약간 웃돈다는 이유로 각종 혜택에서 배제된 이들이다.
복지단체인 전국재해구호협회 희망브리지는 지난달 9일 서울 노원구 차상위계층 90가구와 마포구 새터민 60가구에 월동용품을 전달했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기탁한 3000만원으로 마련한 물품이다. 통상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답지하면 가장 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전달하곤 했지만 이번엔 수혜자를 차상위계층으로 한정했다. 희망브리지 관계자는 “늘 기초생활수급자들을 돕다 보니 중복 지원되는 경우가 많아 차상위계층은 오히려 더 혹독한 겨울을 보내곤 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말에는 익명을 요구한 90대 할머니가 서울 동대문구청을 찾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 1000만원을 기탁했다. 이 할머니는 “주변에 어렵게 생활하는 노인들이 많은데 자식이 있다거나 방 한 칸이 있다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나라에서 지원을 받지 못한다”며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용돈을 모았다”고 말했다. 같은 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대상’ 시상식에선 가스수송선 업체 에스제이탱커의 박성진(51) 대표가 기부 분야 금상을 수상했다. 박 대표 역시 10년째 차상위계층을 위해 기부해온 공로를 인정받은 경우였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기초생활수급자는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적은 경우에 인정된다. 2013년 4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는 154만6399만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생계비 등 가구당 40만원의 현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35만명이 이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최저생계비보다 1만원이라도 소득이 많으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 정부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인 사람들을 차상위계층으로 분류한다. 현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수도·전기 요금 감면 혜택 정도를 받을 뿐인 이들은 지난해 말 기준 101만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보다 차상위계층이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복지단체 관계자는 “연말연시나 명절 성금이 들어오면 지자체에 수혜자 추천을 요구하는데, 이때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우선 추천 대상이 되기에 여러 기관에서 중복 수혜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금 지원뿐 아니라 쌀 연탄 등 수량이 정해진 물품인 경우 더욱 기초수급자 위주로 배정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형편이 가장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원칙은 당연하지만, 수급자에 비해 차상위계층이 각종 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다”며 “차상위계층을 위한 혜택을 점차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