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가곡 ‘주기도문’ 악보 원본 찾았다

입력 2014-02-04 02:32


현대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미국 음악가 앨버트 헤이 맬롯(Albert Hay Malotte·1895∼1964·사진)이 작곡한 ‘주기도문(The Lord’s Prayer)’의 악보 원본이 발굴됐다. 맬롯의 친필 사인이 있는 그의 사진도 처음 공개됐다. 맬롯이 1935년 ‘주기도문’을 작곡한 지 약 80년 만이다.

장기웅(55) 뮤즈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은 미국에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 활동한 맬롯이 작곡한 8쪽짜리 ‘주기도문’ 악보와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 등을 3일 국민일보를 통해 공개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로 시작하는 신약성서 마태복음 제6장 9∼13절의 기도문에 맬롯이 곡을 붙인 ‘주기도문’은 세계적인 성악가들과 합창단이 즐겨 부르는 연주곡목 중 하나다. 영화와 뮤지컬 음악을 다수 남긴 맬롯이 성가곡을 작곡한 것은 ‘주기도문’이 유일하다.

맬롯의 ‘주기도문’은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피서지인 뉴포트에서 1958년 열린 재즈 페스티벌에서 상영된 기록영화 ‘여름밤의 재즈’ 삽입곡으로 쓰였고, 당시 세계적 가스펠 가수였던 마할리아 잭슨(1911∼72)이 부르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럼에도 악보 원본과 작곡가의 얼굴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악보 원본과 작곡가 사진은 미국 최초 한인 교향악단인 ‘로스앤젤레스 코리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LAKPO)’를 1969년 창단한 초대 지휘자 조민구(82)씨가 간직하고 있었다. 1960년 음악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조씨는 ‘셔먼스쿨 오브 뮤직(Sherman School of Music)’에서 수학하던 중 당시 이 학교의 교수로 재직하던 맬롯으로부터 1963년 직접 받았다. 조씨는 지난해 7월 LAKPO 주최로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열린 ‘평화음악회’에 참여한 장 감독에게 이 자료를 기증했다.

악보는 8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사진 뒤에는 맬롯의 친필 사인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음악학 박사인 장 감독은 “현대음악의 바탕이 되는 맬롯의 음악세계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