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올림픽 운동 지키기
입력 2014-02-04 02:32
인도선수들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 자국 국기 대신 ‘올림픽기’를 달고 뛰어야 한다. 개회식에도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하게 되며 우승하더라도 국가 대신 ‘올림픽찬가’가 연주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도올림픽위원회(IOA)의 회원 자격을 정지했기 때문이다. IOA는 2012년 11월 30일 집행부 선거를 치렀다. 그해 12월 5일 IOC는 “IOA 선거가 정부 간섭 아래 이뤄져 인정할 수 없다”며 인도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켰다.
IOC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올림픽운동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IOC헌장 27조 6항에 따르면 ‘국가올림픽위원회는 정치·법·종교·경제적 압력을 비롯한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IOC는 해당 국가올림픽의 자격을 정지시킨 뒤 국제 스포츠 행사참가를 금해왔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쿠웨이트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아니라 개인자격으로 출전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당시 쿠웨이트 정부는 IOC헌장을 어기고 자국 올림픽위원장을 비롯해 경기단체장들을 직접 임명해 IOC로부터 징계를 받았었다.
IOA는 자격이 정지된 지 1년 이상 후에 국제스쿼시연맹(WSF) 회장 출신인 나라야나스와미 라마찬드란을 새로운 회장 후보로 내세워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IOC도 “새로 선거가 실시되면 회원국 자격 정지를 풀어주겠다”고 밝혔지만 선거 날짜를 소치동계올림픽 개막 이후인 오는 9일로 잡은 게 발목을 잡았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2일 “개막식 이후에 선거날이 잡혀 인도 선수는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하기는 어렵다”고 못박았다. IOA는 선거를 앞당기는 게 좋겠다는 인도 정부의 권고까지 거부하며 끝까지 자국 선수들에게 걸림돌이 됐다.
이에 따라 인도의 남자 루지 선수인 쉬바 케샤반과 남자 크로스컨트리의 나딤 이크발, 남자 알파인스키의 히만수 타쿠르는 결국 ‘독립 선수(independent athletes)’로서 인도 국기가 아닌 올림픽기를 달고 소치 올림픽에 뛰게 됐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