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특권 포기” 정치 혁신 포문 열었는데…

입력 2014-02-04 02:33


민주당은 3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출판기념회의 투명성 강화, 축·부의금 5만원 이하 규제 등을 담은 국회의원 특권방지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한길 대표의 1차 혁신안이다. 안철수 의원 측은 오는 11일쯤 ‘새정치 플랜’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6·4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 혁신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 18대 대선에서 내걸었던 의원 세비 30% 삭감 공약이 아직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혁신안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특히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결의문 채택이 일단 무산돼 혁신 방안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예고했다.

◇12가지 특권 내려놓기=김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12가지 특권 내려놓기 방안을 제시했다. 3월 창당 예정인 안철수 신당과 혁신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특권방지법에는 당내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종합적으로 포함됐다. 우선과제로 제시된 것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김영란법의 국회의원 확대 적용이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직무 관련성 없는 금품수수를 형사처벌하는 원안에 최대한 가깝게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정치자금 편법모금 창구로 지적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의 비용과 수익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고, 축의금과 부의금의 경우 5만원 이하만 허용하자는 것이다. 국외 출장의 경우 신설하는 독립기구인 윤리감독위원회의 사전 승인 및 사후 보고를 의무토록 했다. 국내외 공항 귀빈실과 열차 의전실 사용 금지도 포함됐다. 또 외부 심사위원으로만 구성된 ‘국회의원 세비심사위원회’가 매년 세비를 책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당초 거론됐던 불체포특권 및 면책특권 개정, 세비 삭감 등은 제외됐다. 김 대표는 “국민의 시선으로 국회의원을 바라본 결과를 온전히 수용한 내용”이라며 “여론을 더 수렴해 정치제도 혁신안, 정당 혁신안도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결의문 채택 무산, 포퓰리즘 비판도=김 대표는 의총에서 결의문 채택을 추진했으나 의원들이 보완책을 요구해 무산됐다. 민주당은 5일 의총을 열어 재논의키로 했다. 당내 비판은 크게 두 가지다. 의견 수렴이 부족했고, 혁신안의 번지수가 틀렸다는 것이다.

혁신모임을 이끄는 최재성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도부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 본질적인 문제를 다룬 내용은 없다”며 “지난 대선 때처럼 성급한 안철수발 새정치 경쟁의 재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기식 의원은 “정치적 악용소지가 높아 시민단체에서조차 국회의원 주민소환제를 주장하지 않았다”며 “미국·독일 등 지방자치단체장 주민소환제를 먼저 도입한 나라도 국회의원 주민소환제를 하는 나라는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선정적이고 포퓰리즘적”이라고 덧붙였다.

특권방지법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법으로 만든다 해도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세비 30% 삭감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데 대해 당 정치혁신실행위원회 이종걸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향후 노력을 다짐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민주당의 혁신안에 대해 “신년 회견에서 큰 틀에서 언급했던 내용으로, 좋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은 “‘안철수 효과’라고 생각하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실제 각론에 들어가면 적잖은 충돌이 예상된다.

엄기영 정건희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