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D-3]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김소희 선수의 신앙

입력 2014-02-03 17:44 수정 2014-02-04 01:36


“평균 경사 15도, 시속 140㎞의 아찔한 활강 손 모아 기도하면 늘 용기와 승리를 주시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슬로프의 평균 경사각은 15도, 길이는 2㎞. 시속 90∼140㎞의 고속으로 활강해야 하기에 사고의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이곳을 마주할 때마다 김소희(18·여) 선수는 양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하나님, 제 팔과 다리를 붙잡아 주세요.”

김 선수는 국내 알파인스키의 기대주다. 오는 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알파인스키는 발뒤꿈치를 고정해주는 스키를 타고 가파른 슬로프를 내려오는 경기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활강 경기와 깃발을 세워 만든 기문을 통과하는 회전경기로 나뉜다. 회전·대회전·슈퍼대회전·활강·복합 등 5개 분야에 모두 10개의 종목이 있다.

강원도 평창군 상지대관령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 선수는 2011년 제92회 전국체전에서 알파인스키 여자중학부 3관왕을 차지했다. 2012년 전국체전에서는 여자고등부 전 종목을 석권했다. 지난해에도 전국체전에서 3관왕을 차지해 7월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김 선수는 경기 전 평정심을 찾는데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기도라고 했다. 그는 설 다음날인 1일 소치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국민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스키는 개인 종목이어서 심리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서 “이 때문에 경기 전 스트레스를 잘 다루는 것이 승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첫 국제대회에 출전하기에 앞서 40일간 새벽기도에 나갔는데 마음이 평안해졌고, 용기가 생겼다”면서 “그 이후 계속 기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선수를 발굴한 것은 외할머니인 장진선(62) 목사다. 김 선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부모와 떨어져 평창의 외갓집에서 생활했다. 당시 스키강사로 일하던 외할머니는 손녀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봤다. 장 목사는 “슬로프에서 잘 넘어지지도 않고, 쉽게 중·상급자 코스를 타는 것을 보고, 스키선수가 될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가의 스키장비와 전지훈련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장 목사는 “중간에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하나님께서 때마다 장학금과 후원 등을 통해 길을 열어주셨고 결국 국가대표까지 됐다”며 “소희에게는 하나님과 하나님이 허락하신 재능이 최고의 무기”라고 말했다.

장 목사는 “올림픽 기간 중 곁에 있지는 못하지만 성도들과 함께 한국에서 기도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순복음신학교 졸업 후 2009년 평창에 올림픽순복음교회를 개척했다. 스키강습을 하며 강습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스포츠선교사역을 하고 있다. 김 선수도 틈틈이 장 목사를 도와 강습을 해왔다.

김 선수는“첫 올림픽 출전인 만큼 메달에 욕심내기 보다는 큰 무대에서 즐기는 법을 배워오겠다”며 “이후 차차 경력을 잘 쌓아 나중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도 도전하고 전 세계를 돌며 스포츠를 통해 복음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