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5) 양말, 발끝에서 피는 멋
입력 2014-02-04 01:36
2014년 대한민국 남자들의 발목에서는 향긋한 패션 냄새가 난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서울 거리는 해외 유명 브랜드 로고가 붙은 하얀 양말을 신은 남자들로 가득했다. 패션이 발전하지 않았음을 내보이는 풍경이었다. 패션이 선진화되면 남자들의 발 패션도 예뻐진다. 바지 밑단을 제치고 밉살스럽게 고개를 내미는 새하얀 양말을 예전만큼 조우하지 않음에 나홀로 미소를 짓게 된다.
사실 양말을 잘 신기란 힘들다. 무채색으로 대충 손에 잡히는 것을 집을 확률이 높다. 허나 양말도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 옷을 갖추어 입듯 발도 주인이 신경을 써주길 원한다. 양말은 아는 척할 수 없는 감각을 가리는 중요한 단서다. 또한 하의와 신발을 연결시키는 중역을 맡고 있어 발에서 신발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색을 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튀는 색상이 위트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잠잠한 수면을 깨우는 돌멩이처럼 말이다. 발랄한 색감을 의상에 담기 힘들면 발에서 재치를 부려볼 만하다. 멋은 옷의 전유물이 아니다. 멋은 지나치기 쉬운 구석을 꾸며주는 관심이 낳는 사랑이다.
나의 양말 신기는 하의의 색을 쫓든가 신발의 색과 장단을 맞추는 식으로 이행된다. 청바지를 입을 때는 줄무늬나 꽃무늬, 선명한 원색으로 힘을 주고 흰색 운동화를 신는다. 고백하자면 치장하는 일에 꽤 익숙해졌건만 양말 앞에서는 주춤한다. 하의와 신발을 잡음 없이 이어주는 것도 모자라 다리 길이에까지 영향을 주니 고민의 무게가 마음을 누른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