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박철] 무역대국을 이끌 미래인재 양성

입력 2014-02-04 01:36


“문제해결 능력 갖춘 창의적·국제적 인재 양성 위해 대학 질적 향상 대책 필요”

대학은 우리 인류 사회를 이끌어갈 중추적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우리 인류 사회의 발전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다문화 사회,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21세기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서 소위 불확실성의 시기라고 불린다. 대학이 이와 같은 인류사회의 변화에 대처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면 그 인재는 기존 지식을 습득하고 관행만을 중시하는 모방형 인간이 아니라,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창의적 인간이어야 할 것이다.

창의적 인간이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사람이다. 또한 인간은 혼자서만 행복을 추구할 수 없다. 개인의 발전과 행복은 사회 정의와 질서 속에서 가장 잘 보장된다. 따라서 미래 사회의 중추적 인재는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문제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선기능을 위해 솔선수범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우리 대학들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창조적 인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뿐만 아니라 또한 ‘국제적 리더로서의 소양’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세계 경제 10위권에 위치한 우리의 삶이 이미 세계 속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일상생활에서 국제화는 생존에 필수인 공기와도 같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산업중심 경제 발전’에 힘써 왔고, 이 과정에서 신지식을 갖춘 일꾼들을 많이 필요로 했다. 따라서 대학은 지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하는 데 역점을 두어 왔다. 많은 인재들이 해외 유학을 통해서 지적 성장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 박사학위 취득자 수가 1995년 1656명으로 최고점에 다다른 이후 감소 곡선을 그리면서 2011년에는 1156명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1990년 2481명에서 2011년 1만1645명으로 4.7배가량 증가했다. 이것은 우리 대학들이 우수 인력을 많이 배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대학의 교육 역량도 크게 신장되었음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지식 기반 산업화’의 과정에서 점차 ‘정보 집약 소통 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 미래 사회를 선도할 훌륭한 인재는 ‘남을 배려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갖춘 사회적 책무성이 뛰어난 사람이어야 한다. 이런 인재들을 배출하기 위해서 이제 대학도 인성 교육에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한다. 졸업 전에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를 이해하고 사회에 대한 자신의 역할과 책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인턴십을 체험하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 젊은이들이 적응·생존해 나가기 위해서는 공기와도 같은 국제화 체험을 일찍 할수록 좋다. 해외 거리 곳곳에 붙어 있는 우리 기업의 광고 표지판, 도로를 질주하는 한국산 자동차, 그리고 스마트폰, TV 등 제품들을 보면 자연히 우리나라의 국력과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국제화 체험이 인재 양성에 중요한 이유다. 자신감과 자부심은 우리의 국격 상승의 기초다.

지난주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안을 발표하였다. 2023년까지 총 16만명의 정원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안타까운 것은 교육부가 대학정원의 양적 감소를 추진하면서 대학의 질적 향상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점이다. 교육부의 주요 업무 중에 하나가 미래 인재 양성이 아닌가. 그렇다면 대학구조개혁은 대학정원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국제화 시대에 부합한 글로벌 감각을 지닌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청사진도 포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10년 후 미래 인재의 수와 질적 수준 모두 하락할 것이다. 우리나라 무역고가 1조 달러를 넘었다.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 되었다. 정부나 기업들에서 일할 더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키워야 할 시점이다.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