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토로라 인수한 레노버 대책은 기술경쟁력뿐

입력 2014-02-04 01:36

설 연휴에 중국의 레노버가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문을 전격 인수했다. 레노버는 세계 PC 시장 1위에 스마트폰 시장 5위의 점유율을 가진 중국의 글로벌 IT 업체다. 레노버는 모토로라의 생산기반과 브랜드, 2000여개의 특허권을 확보해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로 부상했다.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는 당장 삼성과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삼성은 글로벌 시장 1위 점유율로 고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삼성은 애플과 3년째 특허 소송에 휘말려 있다. 레노버는 ‘삼성을 넘겠다’고 호언했다. 만약 레노버가 모토로라 원천기술과 특허로 무장할 경우 고가 프리미엄 시장은 3강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

보급형에 주력해 온 LG나 팬택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저가 공세를 펴 온 레노버에 신흥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 레노버 경영진은 향후 1년 내 글로벌 시장에서 1억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레노버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아직 6%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인 데다 기술수준 역시 박빙 차이다. IT 특성상 언제든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뒤바뀔 수 있다.

스마트폰은 자동차와 더불어 한국경제의 주력 제품이다. 레노버는 향후 한국산 스마트폰에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전년에 비해 순이익이 급감하는 이른바 어닝쇼크를 경험했다. 노키아와 소니, 도시바 등 37개 스마트폰 IT 업체들도 우리를 바짝 추격해 오고 있다.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작지 않다. 레노버 같은 중국 기업 부상은 곧바로 한국 제품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글로벌 경쟁력은 비단 한 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산 주력 제품이 제한된 데다 기술적 우위마저 빼앗길 경우 한국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제 변화와 혁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는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질 때다. 정부는 물론 기업체와 관련 학계는 한국 제품의 질적 향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