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장혁]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하려면
입력 2014-02-04 01:35
정부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10대 글로벌 물류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성장 잠재력이 큰 국내 물류기업을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의 한목소리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해온 부처 간 정책협조 활성화와 더불어 범정부적 차원의 역량집중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두 부처 간 협업이 반가움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책과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전략과 방안이 부족하고 원론적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전 세계 물류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물류업을 세기를 넘는 가업으로 이어오면서 혁신적인 경영 기법을 도입하고 내부 성장에 주력해 글로벌 영역 확장을 추진해오고 있거나 수십 년에 걸친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 전략을 구사해오고 있다. 또 독일 및 네덜란드의 경우 지방정부, 중앙정부, 각 산업계가 자국의 물류 활성화 정책 추진에 지속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물류산업의 끊임없는 발전과 혁신을 유발하고 이는 물류기업의 선진화와 성장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성장 과정에 비추어 보면 국토부와 해수부가 2020년까지 10대 글로벌 물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은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컨설팅 지원, 해외투자 자금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융자 지원, 해외 인턴과 현지 채용 인력에 대한 물류 전문인력 양성 지원에 대한 우대 혜택과 육성 대상 기업 로고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것이 전부다.
제1차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 대상 기업으로는 범한판토스, CJ대한통운, 한진, 현대글로비스 등 6개사가 선정됐다. 이 중 선박회사인 장금상선을 제외하고 이미 수년 전부터 글로벌 물류기업이 되겠다는 대기업 물류기업이나 자회사들인데 정책시행 후 평가나 결과물도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혜택이 글로벌화에 얼마나 긍정적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물류산업은 미래 핵심 산업임이 분명하고 지속적인 정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은 몇몇 물류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차원적 단순지원 정책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국가 물류산업의 선진화 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 국토부와 해수부뿐만 아니라 관계 부처 간의 유기적인 역할 분담이 선행돼야 한다.
그 이후 정책 수립이 이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이 추진돼야 한다. 국가 물류산업이 선진화될 때 자연스럽게 민간 물류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우체국 택배 직원들이 과로로 쓰러지고 난립해 있는 운송, 물류업체들이 레드오션에 빠져 있는 물류 환경에서 선진 물류나 글로벌 물류기업 탄생을 기대할 수는 없다. 또 특송, 농산물, 철도물류 등 특수물류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 농협물류, 코레일 로지스 등 공기업 물류 자회사들도 역량 강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독일의 DHL이 독일우정국의 물류 자회사로서 전 세계 물류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공기업 물류 자회사들도 글로벌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 물류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선진화를 이끌어낼 때 글로벌 물류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만큼 올해에는 단순한 정책 틀에서 벗어나 선진 물류산업 발전을 목표로 하는 혁신적인 물류정책을 기대한다.
임장혁 퀴네앤드나겔㈜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