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D-3] 개막 코앞인데… 아직도 소치는 공사중
입력 2014-02-04 02:32
2014 소치올림픽 개막이 D-3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공사중인 곳이 많아 준비 부족과 허술한 대회 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빙상과 아이스하키 등이 열리는 해안 클러스터의 경기장과 메인미디어센터(MMC), 국제방송센터(IBC) 등 대회 주요 시설은 대부분 준비가 완료됐지만 그 밖의 도로나 시설들은 아직도 어수선하다.
스키와 썰매 종목이 열리는 산악 클러스터의 경기장은 아직 관중이 오갈 길조차 완전히 닦이지 않아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 진흙탕을 지나다녀야 한다. 관중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하프파이프 경기장은 아직도 얼음을 깎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나마 준비가 완료된 시설도 불안감을 주고 있다. 3일(한국시간)에는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경기가 열리는 라우라 센터로 운행하는 케이블카 노선 세 곳 가운데 한 곳의 가동이 중지됐다. 해안 클러스터 경기장들의 경우 실내에서는 여전히 마지막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이들 시설 안팎에는 아직도 자재들이 많이 쌓여 있어 개막에 맞춰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선수촌의 경우 부실하긴 하지만 어쨌든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언론인 1만여명이 묵는 미디어 숙소는 시끄러운 공사 소음과 수시로 끊기는 인터넷 등으로 기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있다. 해안 클러스터에 있는 미디어 빌리지는 엘리베이터 운행이 갑자기 중단되거나 온수가 나오지 않는데다 인터넷마저 제대로 안되는 곳이 많다. 심지어 밤에는 불도저·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요란하게 내는 소음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실정이다. 자재가 쌓여 있더라도 공사가 대부분 끝난 해안가 숙소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산악 클러스터 지역의 미디어 숙소는 6개 가운데 1개만 제대로 운영되고 나머지는 아직도 공사중이거나 정리가 안된 상태다. 오죽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나서서 많은 미디어 관계자들이 입국하는 3일까지 숙소 문제를 해결할 것을 소치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촉구하는 촌극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무려 510억 달러(약 54조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개막을 코앞에 두고도 준비가 허술해 천문학적인 돈을 어디에 썼는지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앞서 영국 BBC는 지난달 바이애슬론 경기장에서 칸막이 없는 화장실을 보도했었다. 화장실 한 켠에 변기 2개가 설치된 ‘쌍둥이 변기’는 전 세계의 비웃음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조직위는 변기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서랍장을 설치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2일 해안 클러스터의 MMC 근처 여성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에서 칸막이 없는 변기가 또다시 발견돼 조직위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메인미디어센터에서 보조 전원을 시험한다며 전력 공급을 잠시 중단하는 등 허술한 준비 상황을 연일 드러내고 있다. 해외 언론은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활약보다는 소치올림픽의 부실한 상황을 취재하느라 분주한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소치=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