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을까 말까 새치 고민, 천연 염색으로 끝!
입력 2014-02-04 01:38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이희진(45)씨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흰머리가 고민이다. 남들처럼 염색으로 쉽게 커버해 버리면 되겠지만 피부가 민감해 조금만 화학성분이 닿아도 빨갛게 달아올라 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부터 새치 머리가 나기 시작한 김태영(30)씨는 한 달에 한 번 반복적으로 새치염색을 하고 있다. 염색을 할 때마다 두피가 화끈화끈 함을 느끼지만 아직 미혼인 그는 흰머리를 용납할 수 없어, 이번 달도 새치염색으로 완벽한 검은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모낭의 멜라닌 세포에서 멜라닌 색소가 생성되는 과정을 통해 검게 보인다. 멜라닌의 양과 분포에 따라 머리카락의 색깔이 결정된다는 것인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이 멜라닌 생성양이 줄어들게 되고, 머리카락이 흰색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새치 머리가 생겼다는 것은 노화가 시작되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노화와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은 2030세대에서도 새치 머리로 고민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새치 머리는 노인성 백발과 그 모양새부터 차이를 보인다. 노인성 백발의 경우는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면서 흰머리가 생기는 반면, 새치는 굵기에는 특별한 변화 없이 하얗게 탈색만 된다. 이른 새치 머리는 현대인의 과도한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피로, 또 잘못된 생활습관과 식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좋지 못한 습관들이 반복되면서 두피의 혈액순환 기능이 저하되고, 그 결과 멜라닌 세포의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검은 색소의 생성을 방해하게 된 것. 이 외에도 당뇨병과 같은 내분비 호르몬계의 이상이나 악성 빈혈 등도 젊은 세대의 새치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새치 머리 하나 정도는 뽑아도 된다?= 이미 머리카락 속에 자리 잡은 새치 머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두 개 정도는 뽑아도 되지 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을 터. 그러나 머리카락을 뽑게 되면 해당 부위의 모근이 손상되고 심할 경우에는 그 부위에 영구적으로 모발이 자라나지 않을 수 있어 반복될 경우 탈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섣부르게 뽑아 내기보다는 가위로 잘라 내거나 새치 머리 염색을 할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멋내기 컬러 염색과 달리 새치 염색은 머리카락이 자라는 주기에 맞추어 최소 2주에서 최대 8주마다 반복적으로 염색을 해 줘야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피부에 안전한 염색약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피 및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반 화학 염색약보다 해로운 성분을 없애 부작용을 줄인 착한 염색약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염색 부작용의 주된 원인으로 PPD(페라페닐렌디아민)와 암모니아가 많이 언급되고 있어 이러한 성분을 배제한 저 자극 염색약으로 두피와 모발을 보호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PPD성분이 걱정된다면 천연 염색으로= 한국리서치의 ‘2012년 프로페셔널 헤어케어 시장조사’에 따르면 미용실 염모제 시장은 약 724억원 규모로 전체 헤어케어 시장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28.7%보다 0.3% 상승해 염모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염모제 시장이 늘어나는 만큼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염색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는 2009년 94건, 2010년 105건, 2011년 190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인다. 부작용 유형으로는 가려움(19.1%), 부종(12.7%), 발진(8.4%), 홍반(7.4%) 등 접촉성 피부염 증세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탈모, 피부 변색, 화상 등의 후유증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특히 염색약에서 색상을 내는 원료의 성분 중 PPD는 산화력이 강해 피부발진, 가려움, 부종, 안구통증, 시력손상, 탈모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장기간 피부 접촉 시에는 천식, 호흡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눈에 장기간 접촉 시 시각장애로 인한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염색약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다양한 이유로 염색을 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천연 염색약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주기적으로 새치 염색을 해야만 하는 이들에게 부작용이 덜한 천연 염색이 각광을 받고 있다.
◇‘자연에서 온’ 천연 염색= ‘자연’ ‘친환경’은 더 이상 먹거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제는 환경과 사람에게 유익한 환경 친화적인 상품이 아니고서는 외면 받는 세상이 된 것. 그 결과 염색약 시장에서도 다양한 천연 재료를 내세운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천연염색은 자연 속에서 채취한 꽃, 나무, 풀, 흙, 벌레, 조개 등의 자연 염료로 염색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천연 염색을 돕는 천연 염료는 색깔 있는 돌이나 흙에 함유된 광물성 염료, 식물의 잎·꽃·열매의 즙·뿌리와 해초류 등의 식물성 염료, 동물의 피·오징어 먹물·조개류의 분비물 등 동물성 염료로 나뉜다. 식물성 염료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염색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천연 염색약은 화학합성 염료 대신 천연 염색성분을 사용한다. 천연 염색약을 고를 때는 기존 산화형 염색제와 차이가 없으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연을 ‘표방’하는 제품이 아니라, ‘진짜 자연’을 함유하고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천연 염색 성분 중 ‘피로갈롤’, ‘철매염제’, ‘몰식자산’은 기존 화학 염색약과 유사한 염색력을 보이면서도 부작용은 없어서 천연 염색성분으로 각광받고 있다.
피로갈롤은 밤나무나 떡갈나무 등의 껍질에서 얻어지는 성분으로 염료작물 유래 성분이다. 염색할 때 부작용이 없으며, 염색 이외에도 향균 및 항산화 작용이 있어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분자량이 작아 모발에 침투가 용이해 천연 염모제에 널리 사용돼 왔다.
철매염제는 약 2000년 전부터 옷감 등을 검은색, 갈색으로 염색할 때 많이 사용했다. 철매염제는 예부터 다양한 문서에서 언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의보감에서는 여러 가지 철을 오랫동안 담가 두었다가 이것으로 천을 검게 염색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향약집성방에서는 생철을 물에 담가 우려낸 것을 매일 마시면 몸속의 독을 풀 수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안전한 성분임을 인정받고 있다.
“여러 가지 철을 물그릇에 오랫동안 담가 두면 퍼렇게 되면서 거품이 생긴다. 이것으로 천을 검게 염색할 수 있으며, 여러 독(毒)이 속으로 들어간 것을 풀 수 있다.”(향약집성방 中)
몰식자산은 너도밤나무, 도토리, 감, 녹차 등 식물에 존재하는 탄닌(Tannin)을 가수분해하여 얻은 폴리페놀 화합물로서 예로부터 알려져 있는 염료작물 성분의 하나다. 철과 같은 금속성 매염제와 함께 사용할 경우 모발 표면에 불용성 화합물을 형성해 발색이 촉진되고 매우 강하게 염착된다. 이러한 천연 유래 염색성분인 몰식자산은 일반 염모제에 사용되는 아닐린계 화학염료와 달리 염색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염모 기능을 발휘한다.
사실 화학성분 염색약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빠른 염색시간과 다양한 컬러를 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반면 천연성분을 사용하는 천연 염색제는 화학성분을 배제하는 대신 최소 40분에서 최대 2∼3시간의 오랜 염색시간이 필요하고 컬러 구현에도 한계를 보인 것이 사실. 천연염색 시장이 그동안 확산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염색시간을 20분 내외로 단축하고, 보다 다양한 컬러를 선보이는 등 한계를 극복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어 천연염색 시장도 발전하는 양상이다. 이로써 두피가 따끔거리거나 눈의 자극 없이도 새치 염색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동안 피부자극을 유발했던 화학합성염료와 암모니아, 과산화수소, 치오글리콜산, 파라벤, 프로필렌글리콜 및 라우릴황산나트륨(SLS) 등을 사용하지 않아 염색 시술 중 두피가 따끔거리거나 눈의 시림 등의 자극이 없는 순한 염모제를 만날 수 있다.
건강한 머리카락을 유지하기 위해 천연 염색약을 사용했다면, 염색을 할 때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염색은 두피에 강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염색 전 머리를 감는 것은 좋지 않다. 염색 전 머리를 감게 되면 두피를 보호하기 위한 피지막과 유분이 씻겨 나가게 되어 더욱 강한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목욕 중에는 땀이나 물방울 등을 통해 염색약이 눈에 쉽게 들어갈 수 있으므로 염색 시 주의해야 한다. 만약 눈에 들어간 경우에는 손으로 비비지 말고 흐르는 물로 충분히 씻어 내도록 한다.
이영수 쿠키뉴스 기자 jun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