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문화] 국립극단 예술감독 늑장 인사로 오해 키운 문체부
입력 2014-02-04 02:31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2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해명 자료를 내놨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에 김윤철(65) 국립예술자료원장이 내정됐다’는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문체부는 “여러 후보 중에서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내정된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3일. 문체부는 이날 오전까지도 “이번 주 중반은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오후에 슬며시 “김 원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임명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해 11월 8일 손진책 예술감독이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지 거의 세 달만에 예술감독 자리를 채우게 된 것이다.
그 세 달 동안 연극계는 설설 끓었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이란 자리가 워낙 중요하기도 하지만, 이번엔 유난히 더 많은 관심이 쏠렸던 터였다. 국립극단이 향후 명동예술극장과의 통합이 예정돼있어 누가 오더라도 통합 운영될 재단법인의 수장이 되는, 상징적인 자리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문체부가 연극계의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고 50대 연출가 등으로 후보를 압축시켜놓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 알려지면서 젊은 연극인 등 현장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인사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몇몇 후보자의 성향을 문제 삼고, 경륜 있는 인사를 앉히라고 요구해 인사가 미뤄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설 연휴 직전 갑자기 등장한 김 원장 카드는 문체부가 안팎의 요구를 절충해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것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그마저도 맞다, 아니다 시간이 걸리자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더 커졌다. 김 원장의 적격 여부를 떠나 “지난해 7월 국립예술자료원의 2기 원장 겸 이사장으로 임명된 지 일년도 안 된 그를 빼내서 돌려막기를 해야할 정도로 연극판에 사람이 없느냐”거나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이제 연극계의 세대교체라는 화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미 연극 시장은 더 이상 ‘위기’라는 말을 올리기가 민망할 정도로 활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많은 연극인들은 이번 인사로 박근혜정부의 ‘문화융성’ 구호가 허상이 아님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문체부가 보여준 엉성한 인선 절차와 결과는 국립극단 예술감독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을뿐더러, 차기 감독에게 오히려 큰 짐 하나를 더 안겨준 게 아닐까.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