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결국 승리했다… 佛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성료
입력 2014-02-03 01:33
일본 측의 조직적인 훼방이 있었다. 일본은 자본력을 동원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실상을 기록한 만화 전시회를 취소하라고 압력을 행사했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내용의 전시회를 기획했다. 하지만 ‘진실’이 승리했다. 2일 폐막한 세계 최대 규모의 만화 전시회인 ‘프랑스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만화로 재현된 위안부 문제는 관람객 1만7000여명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앙굴렘 페스티벌에 우리나라는 김준기 감독의 ‘소녀 이야기’ 등 애니메이션 4편과 위안부 문제를 다룬 20편의 만화 작품을 ‘지지 않는 꽃’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했다. 하루 평균 4000명 이상이 전시회를 찾고 해외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위안부 문제가 국제 사회의 주목을 끌었다.
전시회가 성황리에 끝나기까지는 수차례 우여곡절을 거쳤다. 개막전이 열리기 전 축제 운영비의 30%가량을 지원하는 일본 측이 조직위원회에 우리나라 작품 전시를 ‘취소’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프랑크 봉두 앙굴렘조직위원회 위원장은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국 작품들은 예술성이 높고, 전적으로 작가들의 책임 아래 작가정신으로 이뤄진 것으로 ‘정치적인 전시’라는 의견에 거듭 동의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압력을 에둘러 시인했다.
오히려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내용의 일본 측 전시 일부가 취소됐다. 조직위는 ‘극적인 정치성향이 강하다’며 관련 작품을 철거했다. 전시회에 참석한 여성가족부 관계자에 따르면 니콜라 피네 아시아 디렉터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리는 것이 정치적인 게 아니라 사실을 왜곡해 알리는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인 기자들은 우리나라의 만화 전시회가 여가부의 후원을 받았다는 점에 딴죽을 걸었다. 하지만 조직위는 “앙굴렘 페스티벌도 시청의 지원을 받는다”며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정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230㎡가량의 전시장은 매 시간 관람객들로 가득 메웠다. 6시간 동안 꼼꼼히 전시를 봤다는 프랑스인 오렐리앙(28)씨는 “작품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일본군이 썼던 용어인 ‘위안부’를 한국인들이 지금도 계속 쓰고 있는지는 의아하다”며 “‘성노예’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 드니(55)씨는 “오늘에서야 이 비극을 알게 됐다”며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용기 있는 행동이고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개막전을 함께한 조윤선 여가부 장관은 “완성도 높은 만화 예술을 통해 위안부 문제가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기 됐다”고 밝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