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 핵심 이슈는 ‘먹고사는’ 고민…'安 신당' 기대반 우려반

입력 2014-02-03 01:33 수정 2014-02-03 06:48


설 연휴에도 각 지역 바닥민심의 화두는 ‘먹고사는’ 문제였다. 연휴 기간 국민일보 정치부 기자들이 시·도 단위별로 파악한 민심은 ‘어느 정당의 누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인가’라는 민생(民生)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뤘다.

6·4 지방선거를 4개월여 남겨둔 명절 기간이었지만 여야 모두 핵심 간판 격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확정짓지 못한 상태여서 본격적인 선거 분위기를 가늠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미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각 지역에 기반을 둔 특정 정당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성적표 작성에 들어간 분위기였다. 특히 정치권이 자체적으로 ‘텃밭’으로 분류한 지역에서 반발 여론이 적지 않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역 구도를 깰 대안으로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주로 호남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대체재’ 성격이 짙어 향후 전국적인 바람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갑오년 새해에도 민생의 화두는 ‘경제’=수도권에서는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표 등을 중심으로 올해 경제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들은 좀처럼 침체된 경제에 불을 지피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기업운영 전망을 어둡게 내다봤다. 김씨는 “‘바닥경제’가 돌아가지 않으니 말할 수 없이 어렵다”며 “기업가 입장에서는 지난해 세무조사·과세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났는데 올해 뭔가 여건을 개선할 만한 것이 나올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이 경제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한다면 야당이 바로잡아줘야 하는데 여야 모두 탐탁지 않다고 꼬집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안모(35)씨는 아예 “국민들은 정쟁에 관심이 없다”며 “정치인들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의 원인을 정치권에서 찾는 목소리도 있었다. 40대 중소기업 대표는 “이전 정부는 나름대로 규제완화·개혁 등을 위한 노력이라도 했지만 현 정부는 그런 노력조차 없다”며 공무원들의 여전한 복지부동(伏地不動)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텃밭’에서 제기되는 반감, 지역구도 깨질지는 미지수=정치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여야의 전통적 텃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때문에 새누리당에 대한 대구·경북(TK), 민주당에 대한 호남권의 충성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의 자영업자 김모(57)씨는 “대구가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하지만 여당이 대구에 별로 해준 것이 없다”며 현 시장의 시정활동을 문제 삼았다. 그는 오히려 “뭔가 바꿔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새로운 인물이 보이지는 않는다”며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전북 군산의 이모 목사는 “민주당에 인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텃밭 정당에 대한 반감이 상대 정당에 대한 실제 투표로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지역정서가 뿌리 깊은 데다 비판심리도 기대와 실망이 중첩된 애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새누리당이 군 공항(K2) 이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도 “그렇다고 다른 당에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광주의 한 70대 시민은 “민주당으로는 희망이 없다. 판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엇갈린 시선=지역 구도를 흔들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안철수 신당이 꼽히고 있지만 지방선거 성과 전망에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호남지역에서는 기대심리가 다소 두드러졌다. 전북 부안에서 자영업을 하는 유모(51)씨는 “민주당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신당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안 의원의 팬이라는 대학교수 김모씨는 “김대중 대통령 이후 호남에 인물이 없다”면서도 신당에 의한 3자 구도에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안철수 바람’이 일어날 수 있는 부산에서도 경계감이 없지 않았다. 부산시민 이모(42)씨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안 의원의 신당으로 출마하면 ‘철새’ 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40대 이상은 민주당 등 야권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다”고 지적했다. 광주의 40대 직장인도 “과거 친노무현계가 호남의 기대를 저버렸었다”며 안철수 신당으로부터 거리를 뒀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