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여야 고민은…] 與 ‘수도권 빅3’ 전멸 위기감

입력 2014-02-03 04:11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6월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빅3’를 모두 야당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역대 지방선거의 승패를 결정지었을 정도로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도지사 중 확실하게 우위를 보이는 후보가 없고 야권연대 가능성 때문에 자력으로 필승전략을 세우기도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만약 수도권 전패를 기록하게 되면 1998년 지방선거 이후 16년 만이다.

특히 새누리당이 서울 탈환을 벼르고 있지만 ‘디펜딩 챔피언’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의 벽이 탄탄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대항마인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모두 박 시장과 붙었을 때 승리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달 25∼26일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에서 서울 지역 응답자의 51.1%는 ‘박 시장에게 다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여권이 2010년에 이어 다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할 경우 그 결과가 몰고 올 정치적 파장은 만만치 않다. 박근혜정부 출범 2년차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은 상당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새누리당은 정 의원, 김 전 총리, 이 최고위원 간 3자 경선을 통해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는 등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경선 흥행몰이를 통해 여당 후보의 지지율을 최소한 새누리당의 서울 지역 지지율인 4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 의원과 김 전 총리가 출마를 저울질만 하고 있어서 새누리당의 구상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3일 미국에서 귀국하는 정 의원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관건이다. 또 김 전 총리는 10∼13일 사이에 미국으로 떠날 계획이어서 이번 주가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이 정리되는 기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인천도 서울과 비슷한 판세를 보이고 있다. 수성에 나선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이 높은 지지율을 지키면서 3자 구도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 이학재·박상은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언급되지만 송 시장에 지지율 10% 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밀리는 상황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해 무주공산이 된 경기도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의 영입 1순위로 꼽히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다른 후보군을 제치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서울, 인천과 비교해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고 새누리당·민주당 후보 간 양자대결에서는 혼전 양상을 보인다는 게 그나마 여권 입장에선 위안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던 김영선 전 의원이 선거전에 뛰어드는 등 경선 분위기가 달아오를 조짐도 보인다.

또 다른 승부처로 꼽히는 충청권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전에서 박성효 의원이 앞서는 것을 제외하면 충북의 이시종 현 지사, 충남의 안희정 현 지사 등 민주당 현직 지사들이 우세한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꾸준히 중진 차출론을 언급하며 군불을 때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지역 여건과 당선 가능성, 지방선거 이후 재·보궐선거 등을 종합 고려해서 차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중진들이 당을 위해 희생하고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수석부대표는 또 “선거연대는 구태정치 중 구태”라며 야권연대 가능성을 견제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