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 투표 강행… 반정부 시위대 투표 방해

입력 2014-02-03 03:00 수정 2014-02-03 14:52

태국 조기 총선이 결국 강행됐다.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진화하기 위해 의회를 해산한 지 두 달 만이다. 그러나 일부 투표소는 시위대의 방해로 투표가 무산됐고, 폭력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정국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태국은 2일 전국 9만3500여곳의 투표소에서 조기 총선 투표를 시작했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는 도로를 점거하거나 유권자의 투표소 입장을 막는 등 투표를 방해했다. 방콕 딩댕 지구에서는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시위대가 세운 차단막을 치우려고 하자 시위대가 총을 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개시 하루 전인 1일엔 방콕 북부 락씨 지역에서 복면을 쓴 괴한들이 30분간 수백발의 총격을 가해 최소 7명이 다치기도 했다. 정부는 투표 도중 폭력사태 발생을 막기 위해 전국 투표소에 경찰 12만9000여명을 배치하고, 군 47개 중대를 대기 조치했다.

시위대의 거센 반발로 인해 투표가 무산된 지역도 발생했다. 선거가 실시된 전국 375개 선거구 중 69개 선거구에서 투표가 파행을 겪거나 중단됐고, 1만여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취소됐다. 이에 앞서 남부 지역 28개 선거구에서 후보 등록이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 26일 조기투표 결과 83개 선거구에서 투표가 무산됐다.

잉락 친나왓 총리는 경찰의 경호 속에 방콕 북동지역 투표소에서 투표하며 “태국 국민들은 밖으로 나와 민주주의를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선거는 반정부 시위대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계속하자 잉락 총리가 시위를 가라앉히기 위해 지난해 12월 의회를 해산한 데 따른 것이다. 시위대는 잉락 정부가 해외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의 사면과 귀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포괄적 사면을 추진하자 지난해 11월부터 반정부 시위를 벌여왔다.

선거가 끝나더라도 새 의회가 개원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일부 지역에서 선거가 무산됨에 따라 재선거 실시가 불가피해졌고, 이 경우 총선 결과가 확정되기까지는 최소한 4∼5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결과를 최종 재·보궐 선거가 완료될 때까지 발표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번 선거는 집권당인 푸어 타이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국 불안은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야권은 이번 총선이 여러 측면에서 현행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며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법규정상 총선은 같은 날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돼야 하는데 이번 선거는 전국 동시 선거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것이다. 시위대는 선거 후에도 탁신 체제 근절을 위한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조기 총선으로 대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태국 중앙은행은 태국의 정국 불안으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에서 3%로 낮췄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