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시위 美 “국민 편”… 러시아 “정부 편”

입력 2014-02-03 03:00

반정부 시위와 강경 진압으로 격화된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독일에서 충돌했다. 각각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부 편을 드는 양국 공방은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민주적인 유럽의 미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투쟁 중인 우크라이나인들 편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 다수는 안전하고 번영된 국가에서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며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한 국가(러시아)에 달려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아네스르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우크라이나 국민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크라이나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의 그레고리 네미랴 부대표는 이날 유럽 지도자들을 만나 정부 제재 등 실질적인 압박을 요구했다. 네미랴 부대표는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안보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시위 진압은) 법 위반을 처벌하는 건데 왜 저명한 EU 정치인들이 이런 행동을 부추기느냐”며 “폭력적인 거리 시위를 선동하는 게 민주주의 증진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또 “어째서 정부 건물을 점거하거나 경찰을 공격하고 반(反)유대주의와 나치 슬로건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은 듣지 않느냐”고 따졌다.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러시아의 압력으로 EU와의 협력 협상을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2개월 넘게 이어진 시위는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유혈 사태로 번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우크라이나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인 기존 Caa1에서 Caa2로 한 단계 내렸고,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제시했다. 무디스는 “정부의 강경한 태도와 반정부 시위 확산으로 심각한 행정 위기가 발생하고 있고 대규모 환전 사태의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