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D-4 / 미리 보는 개막식] ‘차르의 영광’ 다시 한번…

입력 2014-02-03 04:15

현재 러시아의 영토 대부분을 확보하며 ‘최초의 차르’(황제)로 등극한 표트르 대제, 미국을 위협하며 세계 초강대국의 위상을 떨쳤던 소비에트연방, 드넓은 영토와 함께 러시아의 자랑인 예술.

러시아가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초강대국 부활의 꿈을 전 세계에 과시한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와 자신의 위상을 선전할 축제로 추진해온 소치올림픽은 역대 동계 올림픽 중 가장 화려하게 치러질 전망이다.

소치올림픽 개막식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다. 소치올림픽 조직위가 극적인 효과를 위해 개막식 내용을 극비에 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 흘러나오는 시나리오를 통해 전반적인 모습은 그려볼 수 있다.

개막식은 7일 오후 8시14분(한국시간 8일 오전 1시14분) 4만석 규모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개막식은 표트르 대제, 니콜라이 고골의 걸작 소설 ‘죽은 혼’ 그리고 다양한 러시아 민담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개막식 준비는 러시아 출신의 아르카디 가실롭스키 등 국내외 연출가들이 맡고 있다.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 안의 3개 무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개막식은 모두 9장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소치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의 제1장은 올림픽 오륜 마크와 러시아 국기가 고골의 ‘죽은 혼’에 나오는 구절을 형상화한 장면과 함께 등장한다. 이어 러시아 각 지역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과 함께 각국 선수단 입장이 시작된다. 이때 러시아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인어와 33명의 영웅들’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후 표트르 대제의 북방함대와 화려한 러시아 황실의 내부 등을 소재로 한 ‘황제의 러시아’, 소련 시절을 상징하는 15개 중요 건물이 등장하는 ‘20세기 소비에트연방’ 등 러시아가 자랑하는 역사가 무대에 펼쳐진다.

개막식 주요 출연자는 철저한 보안 때문에 아직도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러시아 음악계의 차르’로 불리는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비올리스트 연주자이자 지휘자인 유리 바슈메트, 마린스키 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 율리아나 로파트키나,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 등 4명이 개막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들 중 푸틴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예술감독 게르기예프는 푸틴과 각별한 친분을 자랑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퍼포먼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소치올림픽 홍보대사인 바슈메트는 소치의 ‘겨울 국제 아트 페스티벌’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또 러시아 전역에서 오디션을 거친 젊은 아티스트들이 참가하며 전국 예술학교와 서커스학교 학생 3000여명이 개막식 퍼포먼스에 출연한다.

개막식은 지난 9월 초 그리스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이후 123일 동안 러시아의 서쪽 칼리닌그라드를 시작으로 극동 추코츠카 반도, 북극의 해저, 바이칼 호수의 밑바닥, 유럽 최고봉인 엘부르즈산 정상, 우주정거장까지 다녀온 성화를 성화대에 점화하며 막을 내리게 된다.

소치=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