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앞바다 원유 유출, 인근 10㎞까지 피해… 사고 발생 3일째

입력 2014-02-03 03:07

설날인 지난달 31일 아침 전남 여수시 국가산업단지 앞바다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여수시 공무원과 마을 주민 등 1200여명이 3일째 기름 제거작업에 총력을 벌였으나 사고 해상을 중심으로 기름막이 10㎞가량 퍼지면서 양식장 등의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사고 지역은 1995년 시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난 곳이어서 어민들은 20년 만에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여수 해양경찰서는 2일 사고 해상을 중심으로 길이 4㎞, 폭 1㎞에 이르는 피해 해상에서 방제 작업을 벌여 유출된 기름의 80% 정도를 제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는 31일 오전 9시35분쯤 싱가포르 국적 16만4200t급 유조선 W호가 GS칼텍스 전용 부두인 여수시 낙포동 원유2부두로 접근하던 중 해상 잔교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송유관 3개가 파손돼 파이프 안에 담겨 있던 원유와 나프타가 바다로 유출됐다. 사고 직후 곧바로 파열된 송유관을 잇는 밸브를 잠갔지만 송유관에 남아 있던 기름이 바다로 흘러나왔다. 해경은 유출된 기름 양이 1만ℓ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사고 현장에서 4㎞가량 떨어진 신덕마을 해변이다. 신덕마을은 260여 가구의 어민들이 128㏊의 공동 어업구역에서 바지락 미역 톳 우럭 등을 양식하고 있다.

사고를 일으킨 선사 측에서는 10억원대의 선주상호보험(P&I)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어민 피해 보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사고 직후부터 사고가 발생한 부두와 피해 지역인 신덕마을 앞 등에 경비함정과 방제정 60척을 투입해 해상에 퍼진 기름띠 제거 작업을 벌였다. 여수해경은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원유 유출량 파악을 위해 유조선 관계자와 탑승했던 도선사, 정유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해당 유조선이 부두 접안을 100여m 앞두고 갑자기 진로에서 왼쪽으로 30도가량 벗어나 돌진하며 사고를 일으킨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여수=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