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D-4 현장 스케치] 한국 선수단 속속 입성… 테러 위협 경계 삼엄

입력 2014-02-03 01:32


소치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이 속속 소치에 입성하고 있다.

지난 1일(한국시간) 선수단 본진에 이어 2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소치에 도착했다. 단장인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비롯한 본부임원과 각 종목 선수 등 선수단 64명은 전세기를 타고 소치 땅을 밟았다.

김재열 단장과 선수단 기수인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규혁(서울시청) 등은 커다란 태극기를 앞세우고 입국장을 빠져나와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소치올림픽까지 통산 6번째 올림픽에 참가하는 이규혁은 “대표팀 기수로서 태극기를 드니 숙연해지고 책임감과 애국심이 생긴다”면서 “선수로서 뛸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선수들도 중압감을 이겨내고 모두 선전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본진에 이어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전지훈련을 마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2일 두 팀으로 나눠 도착했다. 최근 부상 때문에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낙마한 노진규(22·한국체대)의 친누나 노선영(25·강원도청)에게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노진규는 최근 검사 결과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 판정을 받고 투병중이다. 병마와 싸우는 동생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노선영의 표정은 어두웠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영이가 동생 몫까지 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로 국적을 바꾼 ‘쇼트트랙의 황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도 이날 소치에 도착했다. 안현수는 이제 제법 익숙해진 러시아 선수단 유니폼을 입고 입국장을 나섰다. 강도 높은 훈련 탓인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때보다 약간 야윈 얼굴이었다. 한국 취재진이 다가서자 안현수는 부담스러운 듯 난처한 미소만 지으며 침묵을 지켰고, 러시아측 관계자는 취재진을 막아서기도 했다.

한편 올림픽을 앞두고 높아진 테러 위협 때문에 소치 곳곳은 경계가 삼엄했다. 공항은 물론 경기장과 미디어센터 등에서는 보안 검색이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짐과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하다보니 공항이나 경기장, 미디어센터를 통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세계 언론이 모이는 미디어 빌리지는 지역 전체를 아예 철망으로 쳐놓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치 전역에 약 4만명의 경찰관과 보안요원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상황이다. 경기장 인근엔 무인 정찰기와 지대공 미사일까지 배치됐고 소치 인근 해상에선 군함들이 경계 근무에 돌입했다. 삼엄한 보안 때문에 검색 절차가 한없이 늦어지면서 공항이나 미디어 빌리지 관계자들의 허술한 일처리가 원성을 사고 있다. 전산화가 안된 듯 예약 명단 리스트를 꺼내 일일이 대조하는 등 준비부족으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소치=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