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계 女風 거세다
입력 2014-02-03 01:36
대중문화계에 거센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작품이 줄줄이 개봉하면서 스크린엔 이른바 ‘여성 영화’가 풍년을 이룬 분위기다. 안방극장에도 여배우가 뛰어난 활약상으로 작품 인기를 견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극장가엔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차례로 개봉했다. 지난달엔 심은경의 코믹 연기가 압권인 ‘수상한 그녀’, 박보영의 연기 변신이 화제가 된 ‘피끓는 청춘’, 하지원 강예원 손가인 등 여배우가 대거 출연한 ‘조선미녀삼총사’ 등이 차례로 관객을 찾았다.
이달 개봉하는 기대작 중에도 ‘여성 영화’는 많다. 13일 개봉하는 ‘관능의 법칙’이 대표적이다. ‘관능의 법칙’은 엄정화 문소리 조민수 등 관록의 여배우 3명이 출연하는 영화로 40대 여성들의 로맨스를 심도 있게 그려낸다. 27일엔 차예련 주연의 ‘여배우는 너무해’도 개봉한다.
이 밖에 올해 극장가엔 염정아 문정희 등이 주연을 맡은 ‘카트’, 손예진을 앞세운 대작 ‘해적’ 등이 개봉할 예정이다. 과거 여성을 앞세운 영화 중 ‘써니’(2011) 정도만 빼면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작품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브라운관에서도 여배우들의 활약상은 도드라진다. 지난해 연말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3사가 열었던 연기대상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이들 시상식에서 대상은 모두 여배우들이 차지했다. KBS 연기대상은 ‘직장의 신’의 김혜수가, MBC 연기대상은 ‘기황후’의 하지원이 수상했다. SBS 연기대상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보영이 거머쥐었다.
현재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드라마 중에도 여배우가 작품의 인기를 이끄는 경우가 많다. 시청률 25%를 넘어서며 가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SBS 수목극 ‘별에서 온 그대’가 대표적이다. ‘별에서 온 그대’는 배우 전지현이 14년 만에 선택한 안방극장 복귀작. 극중 전지현은 톱스타 천송이 역을 맡아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주며 ‘전지현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드라마나 영화 제작자들은 작품에 멋진 남성을 등장시켰다. 이를 통해 대중문화 콘텐츠 타깃층인 여성에게 ‘판타지’를 심어주는 전략을 많이 사용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런 전략보다는 여성들이 직접 감정이입할 수 있는 여성 캐릭터를 통해 작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