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별그대’ 표절 논란에 뒤통수 맞나

입력 2014-02-02 16:50 수정 2014-02-03 15:16

[친절한 쿡기자] 지구에서 400년을 살아 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과 톱스타 천송이(전지현)의 사랑.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사진)의 스토리입니다. 수·목요일 밤이면 ‘도민준 야상’ ‘천송이 립스틱’ 등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드라마 내용이 인터넷 상을 가득 메울 정도로 이 드라마의 모든 것은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지난해 12월 18일 첫 방송을 한 뒤 최고 시청률 26.4%(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를 기록하면서 순항 중입니다. 30%를 넘보는 본방 시청률은 최근의 미디어 환경에선 보기 드문 현상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배우’ 김수현(26)과 전지현(33)에 방송사 연기대상을 배출해 낸 박지은 작가와 장태유 감독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드라마죠.

그런데 꺼림칙한 일이 생겼습니다. ‘별그대’ 2회가 방송된 지난해 12월 20일 강경옥(49) 작가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만화 ‘설희’(2008)와 ‘별그대’가 비슷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주인공인 외계인이 400년 동안 지구에 살며 사랑에 빠진다는 기본 설정부터 죽을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도와주며 처음 만나고 외계인 곁에서 지구 생활을 돕는 사람이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합니다.

이틀 후 제작진은 “광해군 일기에 적힌 ‘광해군 1년 8월 25일 간성과 원주, 강릉에서 오전 10시쯤 이상한 물체가 발견됐다’는 모티브 외에 인물과 성격, 구성, 주제 의식까지 확연히 다르다”며 “제작진이 ‘설희’를 인지하고 참조한 적이 없다는 것에 한 점 부끄럼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강 작가는 ‘최종 입장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제작사 등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결국 법정 싸움으로 가게 됐는데요. 강 작가는 “저작권법은 창작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소재의 공유화에 손을 들어주고 스토리 구성, 에피소드, 표현의 유사점만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며 “아이디어가 같아도 에피소드가 다르다는 이유로 패소한다”고 창작자로서 느끼는 현행 저작권법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또 “29년차 작가가 이런 일을 당하고도 소극적 대처를 한다면 젊은 작가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생각했다”며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분쟁에 나선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사실 드라마 콘텐츠의 표절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다섯손가락’ ‘야왕’ ‘청담동 앨리스’, KBS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등이 한 번씩 논란거리가 됐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MBC 드라마 ‘선덕여왕’(2009)은 뮤지컬 ‘무궁화의 여왕 선덕’을 표절했다며 고소당했고 2010년부터 시작된 법정 싸움은 2012년 말 표절이란 판결을 받았습니다.

한류를 등에 업고 문화 강대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에서 저작권에 대한 법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지난해 가요계를 강타했던 표절 논란에 이은 인기 드라마 ‘별그대’의 표절 논란은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아닐까요.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