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품격 잃은 외교전으론 국제적 공감 못 얻어

입력 2014-02-03 01:51

동해 병기 반대 로비하고 佛 만화전에선 억지 부리고

주미 일본대사관이 미국 버지니아주 의회의 동해 병기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대형 로펌과 용역 계약을 맺고 조직적 로비를 벌여온 것은 노골적인 정치개입으로 외교 관례에도 어긋난다. 로비스트 활동이 보장된 미국 땅이라 할지라도 외국 공관이 주재국 지방자치단체의 입법에 개입한 것은 내정간섭일 뿐 아니라 동해 병기를 주장해온 우리나라에 대한 도전행위나 다름없다.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하는 문제는 버지니아주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사안임은 물론이거니와 지리적·역사적으로 동해임이 분명한데 무슨 이유로 트집을 잡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앞뒤 가리지 않는 일본의 치졸한 외교전은 국제적 공감을 얻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지난 주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위안부를 주제로 한 우리 정부의 기획전에 맞서 실상을 왜곡한 작품을 전시하려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돼 부스를 철거당한 것이 단적인 예다.

문제는 이 같은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도 일본 정부와 일부 언론은 반성은커녕 앞뒤가 맞지 않는 막무가내식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대사관은 부스 철거에 유감을 표하며 한국 정부의 위안부 만화는 만화 축제의 취지에 위배된다는 성명을 영어와 프랑스어로 발표해 전 세계 지식인들의 공분을 샀다.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일본의 파렴치한 태도가 언제쯤 바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명백히 우리 땅인 독도가 ICJ에 간다고 결론이 바뀌지 않을 것을 알고도 이런 발언을 하는 속셈은 분쟁지역인 것처럼 만들어 관심을 받아보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잘 아는 우리로서는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강경보수 성향의 아베 정권이 출범한 이후 일본은 교과서, 일본군위안부, 독도 문제 등 두 나라의 해묵은 과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오로지 국내 정치에만 이용하고 있다. 자국 국민들의 애국심에 불을 질러 이웃의 적대감만 부추기는 정치행태는 건전한 선린관계 형성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평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이 과거사를 부인하는 강도만큼 우리나라와 중국의 반발 강도는 비례하게 마련이라 동북아시아의 평화공존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아베 총리는 우리의 설인 지난달 31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과거사에 관해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의도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한 부분을 제외했다. 무라야마 담화를 인정하는지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는 말이다. 우리 국민들의 자존감을 상하게 하는 일본 정부의 거친 행동이 어제오늘 일은 아닌 만큼 정부로서도 지혜로운 선택을 했으면 한다. 우리의 입장은 분명히 밝히고 따질 것은 철저히 따지되 도를 넘는 감정적인 대응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