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에서 한국 노인문제 왜 우려하는지 아나

입력 2014-02-03 01:41

한국사회에서 효도는 옛말이 되었다는 최근 외신 보도는 우리를 참으로 낯부끄럽게 한다. 자칫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노인홀대국이란 불명예를 떠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2일 미국의 사회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는 한국인들의 노후대책에 대한 오도된 인식을 다시 보여주었다. 지난해 3∼4월 세계 21개국 2만2425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노년기의 생활수준은 노인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한국인들의 응답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53%를 기록했다.

반면 다른 나라의 경우 이 같은 응답이 10% 내외에 불과했다. 그들은 노년의 경제적 생활수준이 정부, 가족, 개인 순으로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노년기의 생활수준은 사회보장제도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극심해지는 빈부 양극화와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 허술한 사회보장제도 탓에 유독 한국인들만 노년의 생활수준은 전적으로 개인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의식을 갖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허물어지고, 노인 복지를 포함한 정부의 사회보장제도 자체에 많은 이들이 기대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22일 미 워싱턴포스트지의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는 노년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없다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보건복지부가 즉각 반박했지만 되돌아보면 겸연쩍기 짝이 없다. 물 새는 낡은 집에 살며 줄지어 급식을 기다리고, 폐지를 모으는 등 외신에 비친 한국 노인들의 모습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갈수록 노년층은 핵가족화와 가족해체, 무한경쟁, 복지사각에서 희생되고 있다. 사회공동체와 가정에서 버림받고, 또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에서도 소외당한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란 게 부끄럽다. 1인당 국민소득(GDP) 2만5000달러 시대에 끼니조차 걱정해야 하는 노인들의 복지 대책이 너무 허술하다.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촉발된 노인 기초연금 논란은 노년층에게 많은 상처만 남겼다. 그런데 기초연금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6월 지자체장 선거를 겨냥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않다. 이번에도 선거용이라면 노년층에게 또 깊은 좌절만 안겨줄 뿐이다.

기초연금이든 뭐든 노년층의 최저 생계가 유지되도록 사회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 더 이상 노년층이 복지정책 후퇴의 희생이 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아울러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 모두 부모와 어른을 공경하는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동방예의지국 한국에서 효도가 옛말이 되고, 노인을 홀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사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