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납 비리 징벌적 과징금 지금도 늦었다
입력 2014-02-03 01:35
방위사업청이 최근 불량 부품을 납품하는 군납 주계약업체에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방사청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 오는 6월까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9월까지 정부 조사권과 업체 처벌을 강화하는 방위사업계약 공정화를 위한 원가관리 법률안을 제정하기로 했다. 방사청은 “주계약업체와의 계약 조건이 포괄적이고 협력업체의 납품 비리에 대한 처벌도 약했다”며 “업체가 망할 정도의 징벌적 과징금을 물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정부가 밝힌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로 선정될 만큼 방위산업 비리는 만연해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최근 3년간 납품된 군수품(13만6844품목)과 원자재류에 대한 업체의 공인시험성적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34개 업체가 125건을 위·변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구난전차, K-9 자주포 등에 납품된 부품들의 시험성적서가 가짜로 드러난 것이다.
아예 짝퉁 부품을 납품하거나 핵심 장비 정비를 자격이 없는 업체에 맡기는 일도 자행되고 있다. 해군 차기 호위함에 독일산 정품 대신 국내 공구상가에서 만든 모조 부품이 사용되기도 했다. 이는 호위함 조타기 전체를 파손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한다. 또 육군의 지대공 미사일 ‘천마’의 탐지추적장치 유지보수 용역 계약을 방사청과 맺은 업체가 하도급을 주고도 직접 정비한 것처럼 속인 혐의로 적발되기도 했다.
군수품 납품 비리는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볼트나 너트 같은 사소한 부품 하나만 잘못되더라도 유사시에 핵심 장비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우리 장병과 국가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또 국민의 혈세로 군 장비를 구입·운용한다는 점에서 군납 비리는 혈세 도둑이나 마찬가지다. 단 한 차례라도 비리를 저지르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은 군납 업체 선정, 관리, 사전·사후 감독에 이르는 전 과정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어야 했다. 지금도 한참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