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는 기쁨-Helper’s High] “식당 잘되는 것은 후원한 아이들 기도 때문”
입력 2014-02-03 01:31
전 세계 어린이 100명 후원하는 김영승·노은희 부부
지난 18일 부산 강서신도시의 아구찜 식당인 ‘아구마루’의 문을 열었을 때 조금은 놀랐다. 매달 100명의 어린이를 후원한다고 해서 크고 화려한 식당일 줄 알았는데 동네의 흔한 식당이었다. 조금 더 깔끔하고, 문 닫기 전에 재료가 떨어질 정도로 손님이 몰려온다는 점 외에는.
아구마루의 김영승(55)·노은희(50)씨 부부는 어린이양육NGO 컴패션을 통해 전 세계 100명의 어린이를 후원한다. 1명당 후원금이 4만5000원. 생일선물 등을 감안하면 매달 500만원은 보내야 한다. 주방까지 합쳐 40평 정도 되는 식당이 아무리 잘된다고 해도 어떻게 가능할까. 원래 재산이 많은 걸까.
아내 노씨는 “1992년 둘째 딸을 낳았는데 날씨는 춥고 먹을 것은 없어서 걱정이 많았다”며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도 하나도 안 믿어지고, 우울증까지 걸릴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했다. 이곳에 식당 문을 열 때는 딱 하나만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도 남들처럼 고정적인 수입이 있게 해주세요.”
남편 김씨는 9남매의 막내, 아내는 10남매의 여덟째였다. 두 집안 모두 가난했다. 수영로교회 청년부에서 만난 부부는 이것저것 안 해본 게 없다고 했다. 작은 빵가게부터 시작해서 신문지국, 편의점…. 2009년 이곳에 식당을 시작할 때도 거의 빈털터리였다고 한다. 김씨 누나의 도움을 받아 가게는 구했지만 여기서 뭘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여기 명지동은 제가 머리털 나고 처음 왔고, 식당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기라요.”
식당은 성공적이었다. 손님들이 줄을 섰다. 오랜 고생이 이제 끝나는 것 같았다. 바로 시작한 것이 컴패션을 통해 어린이를 후원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니 이게 다 하나님이 하게 하시는 일이라고 믿었어요. 그 무렵에 서정인 목사님(컴패션 대표)이 우리 교회에 와서 설교를 하셨어요. 일단 1명부터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우리가 하루에 1명씩 해서 30명은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늘렸지요.”
부부는 식당이 갈수록 잘되는 것도 컴패션의 어린이들이 기도를 해주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남편 김씨는 “우리가 100명의 어린이를 후원한다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라며 “어린이들을 돕는 일을 하나님이 굉장히 기뻐하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매출이 커질 때마다 40명, 70명으로 더해 왔던 후원을 올해부터는 100명까지 늘렸다. 요즘 개그콘서트에 ‘누려’라는 코미디가 있다. 험한 일을 해서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이 최고급 시설에 돈을 맘껏 쓰려고 갔는데, 거기서도 옛 버릇이 나와서 맛있는 음식이나 온갖 사치스런 서비스를 맘껏 누리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부부도 그렇게 물질의 축복을 맘껏 누리고 싶은 마음이 없을까.
“옷장을 열어보면 제 옷이 너무 많아 더 이상 내(나)를 위해서 해야 될 게 별로 없는 거 같애. 자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컴패션 일이에요. 우리가 하는 것을 애들이 보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니까네 하나님이 복을 주시는 걸 보고 자란다 아입니까. 그럼 엄마 아버지가 없을 때도 우리 애들은 하나님을 보고 자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내가 어린이를 후원하는 이게 우리 애들도 잘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부부는 더 큰 꿈이 생겼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도 여기 동네 앞 바닷가에서 기도하는데, 이런 마음이 콱 오더라고. 국민일보 인터뷰를 통해서 1만명의 어린이를 돕는 후원자들이 일어나면 좋겠다. 그중에도 전국에 우리처럼 식당하는 분들 중에 어린이 100명 후원하는 분이 50명만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1만명? 부부는 자신들이 후원하는 어린이도 앞으로 500명까지 늘리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가게를 더 늘리고 싶거든요. 한 가게에 100명씩 후원하고 싶은기라. 어제는 김해를 지나는데 여기는 인구가 워낙 많으니까 한 가게에 100명이 아니라 200명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래 생각하면 또 500명이 아무것도 아니라, 그죠? 참 쉽죠? 참 쉬워. 왜냐면 주시는 분이 있는데.”
이러다 식당이 잘 안 되면 어쩌려고?
“안 그래도 어떤 분이 그래요. ‘100명을 하다가 만약 식당이 안 되면 우짤끼고.’ 그건 하나님이 알아서 하는 거고, 그것까지 생각하면 우리가 못하지요. 자기 앞날을 누가 아노. 아무도 모르는데. 그건 하나님이 책임지셔야 하고, 주신 환경이 허락된다면 좀과 등록이 없는 천국에 보물 쌓는 마음으로 사는 거죠. 사실 쓸데없이 물질을 쌓았다가 화가 되는 경우가 더 많잖아요. 그죠? 애들도….”
부부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믿음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사업이 안 될 때는) 하나님 원망도 많이 했지요. 다시는 교회 안 갈란다, 기도도 안 할란다 그런 적도 있고. 안 되는 것도 마 우리 애들 위해서 우째우째 해갖고 잘 해볼라고 참…. 이제는 마 우리 인생에 분명한 목표가 세워졌다는 게 참 행복하고, 그것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다….”
김씨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덧붙였다.
“소원이 있다면 안 아프고 자면서 하나님 만나면 좋겠다. 내가 아픈 거를 참 무서워하거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도 있다. 전 세계를 다니며 자신이 후원하는 어린이를 만나는 것.
“그 아이들을 만나면 꼭 손을 잡고 얘기해 주고 싶은 게 있어요. ‘그 땅에서 존경받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서 많은 사람을 하나님 앞에 돌아오게 하는 인물이 되게 해 달라’고 우리가 매일 기도해요. 우리가 얘길 해주면 아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아이들 통해서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아닙니까. 그러니 꼭 가야겠다, 축복하는 얘기해야겠다. 그런 꿈이 있어요. 오늘 국민일보 기사 보는 분들도 이런 꿈을 가지면 억수로 좋겠어요.”
부산=글·사진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