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jTBC의 예능과 드라마, 즉 예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11년 12월 개국 후 2년여 만에 ‘킬러콘텐츠’(killer contents)를 생산하는 제작시스템이 타사와 상당한 차별성을 보인다. ‘종편 시청률은 나오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최근의 방송시장 추세를 보면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방송프로그램의 높은 질적 수준, 즉 킬러콘텐츠만 있다면 시청자들은 기꺼이 그 채널을 찾아간다. 거꾸로 지상파라는 ‘채널의 우월성’으로만 승부해서는 안 되는 새로운 킬러콘텐츠 방송시장이 형성된다는 교훈도 일깨워 준다.
jTBC의 대표 사례가 ‘히든싱어2’다. tvN의 ‘응답하라 1994’와 함께 jTBC의 ‘히든싱어2’는 그야말로 ‘마의 시청률’ 10%를 깨며 장안에 화제를 몰고 왔다. 시청률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 집계결과 지난 25일 ‘히든싱어2 왕중왕 파이널’은 시청률 9.1%, 순간시청률 11.4%에 육박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앞서 tvN의 ‘응사’는 최종회에서 평균 시청률 11.9%, 순간시청률 14.3%로 케이블과 종편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었다. 종편 케이블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시청률이 보통 1~3%대에 머문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경이적인 기록이다.
jTBC ‘히든싱어2’는 ‘고(故) 김광석 편’에서 이른바 ‘김광석 신드롬’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김광석 향수를 가진 40~50대는 물론 20대 젊은층을 열광케 했고, 그의 고향 대구 방천시장을 김광석을 기리는 추억의 명소로 만들었다.
하지만 jTBC의 다른 프로그램은 여전히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썰전’이나 ‘마녀사냥’등 간판급 예능 프로그램들도 정체를 못벗어나고 있다. 개국 작품 ‘인수대비’를 비롯해 지금까지 드라마들 모두 ‘응사’나 ‘히든싱어2’ 만큼 시청률이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jTBC가 막대한 제작비가 드는 드라마를 결코 놓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TV조선이 개국 당시 야심작 ‘한반도’ 이후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 ‘뉴스쇼’를 대폭 늘린 것과 대비된다.
jTBC 개국 당시인 2011년 12월 첫 방송된 ‘인수대비’는 채시라 김미숙 등 호화배역으로 꾸렸다. 이후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가시꽃’ ‘무정도시’ ‘그녀의 신화’ ‘더이상은 못참아’ 등 드라마 20여편이 꾸준히 제작되어왔다.
드라마 수준도 지상파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종영한 ‘네이웃의 아내’의 경우 한때 막장 스토리가 되는 게 아닐까 우려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건강한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었다. 염정아에 신은경, 정준호, 김유석 등 출연진 역시 최대의 호화 군단이었다. 출연료 등 편당 제작비를 대충 가늠해볼 때 상당한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됐다.
최근 시작한 월·화 미니시리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도 로맨틱코미디 장르다. 엄태웅과 유진 이 출연한 ‘우사’는 19세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천재 영화감독 오경수와 부잣집 아들 안도영의 사랑을 둘러싼 스토리다. 이외에 일일드라마 ‘귀부인’와 주말 드라마 ‘맏이’도 시청자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질적 평가를 한다면 지상파 평균 이상의 수준이다. 드라마시장은 일일드라마부터 월화, 수금, 그리고 토일 주말드라마로 치열하게 맞붙는다. 시청률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치열하게 붙는 드라마시장에서 시청자들이 아직 익숙치 않은 ‘종편채널’의 드라마 시청률을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다. 그러니 시청률로만 평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jTBC 개국 후 2년이란 짧은 시간에 양질의 ‘예드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예드 생산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구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송사는 경영과 보도,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편성 등 보통 6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방송국에서 왕(王)은 단연 프로듀서(PD)다. 그 중 드라마PD가 ‘왕중왕’으로 불린다. 수익성도 드라마 흥행여부에서 결판난다.
하지만 드라마시장은 PD들에겐 피말리는 정글이나 다름없다. 매일 아침 복도 게시판에 나붙는 시청률은 PD들의 당일 성적표다. 지상파 PD들은 자신의 드라마 런칭 후 최소 8~10%의 시청률이 나오면 일단 성공으로 본다. 향후 20% 이상의 목표치도 내심 기대할 수 있는 수치다. 반면 첫방에서 저조하다 방송 5회까지도 10%를 넘지 못하면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영진은 조기 종영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드라마와 예능은 방송사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원천이다. 두 장르 모두 킬러콘텐츠에서 승부가 난다. 자본이 있다고, 제작자가 유능하다고, 호환군단이라고 킬러급 드라마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과감한 투자와 열정적 PD, 창의적 작가, 연기파 배우라는 4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킬러 작품이 나온다. jTBC는 타사에 비해 이러한 4박자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 가고 있다.
지상파와 같이 종합편성하는 jTBC는 뉴스와 드라마 예능 등 모든 콘텐츠를 케이블로 송출한다. 그럼에도 2000~4000명에 달하는 다른 지상파에 비교해볼 때 총인원이 492명에 불과한 상대적으로 ‘슬림한 조직’이다.
1960~1970년대 예능과 드라마의 전설 ‘TBC 동양방송’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TBC 동양방송은 지난 1964년 5월 개국 후 1980년 11월 30일 신군부에 강제 통폐합되기까지 16년간 ‘쇼쇼쇼’ ‘아씨’ 등 수많은 예능과 드라마 킬러콘텐츠로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과연 JTBC 예드가 옛 그 명성을 되찾아 갈 수 있을까.
쿠키뉴스 논설위원 겸 방송문화비평가 http://blog.daum.net/alps1959
[김경호의 미디어비평] 예드의 전설 ‘TBC 동양방송’ 옛 명성 되찾을까
입력 2014-01-31 1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