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국 확산 조짐… 방역 당국 초비상

입력 2014-01-30 03:36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본격적인 귀성이 시작된 가운데 방역 당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AI가 수도권은 물론 영남권까지 위협하는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토종닭 70마리가 폐사해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경남 밀양시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 조사를 의뢰했다. 경남에서 가금류가 폐사한 것은 처음이어서 방역 당국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신고가 접수된 농가는 토종닭 9000여 마리를 사육 중인 곳이다.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13.9㎞, 우포늪에서 26.8㎞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부산 지역에서는 지난 23일 발견된 물닭, 붉은부리갈매기 2마리를 비롯해 이번에 죽은 청둥오리 6마리가 발견되는 등 총 19마리의 야생조류 폐사체가 수거됐다.

AI로 의심신고된 경기도 화성 농장은 폐사한 닭에 대한 간이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타났다. 현장 조사에서도 AI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 즉시 이동통제 조치가 내려졌다.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견된 시화호에서 남서쪽으로 15㎞가량 떨어져 있다. 당진에서 시화호로 이어지는 철새 이동경로상에 있어 방역 당국이 주목하고 있다.

충북 진천 종오리 농장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는 AI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H5 단백질이 검출돼 충북에도 AI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AI 확산 방지를 위해 닭·오리 등 가금류 농가에서 가금을 출하하거나 다른 농장으로 분양하기 전 시·도 방역 당국에 신고하고 임상검사를 받아 이상이 없을 경우에만 출하하는 ‘출하 전 사전 임상검사’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계란, 오리알, 사료, 분뇨 등을 운반하는 차량은 운행 후 반드시 세차·소독하도록 했다. 농식품부 권재한 축산정책국장은 “전국 종오리 농장을 대상으로 2월 4일까지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1월 말에서 2월 초까지 종계장과 부화장의 방역 실태를 일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농식품부 등과 함께 AI가 발생한 전북과 전남 지역의 철새도래지 인근, 주요 고속도로 나들목 360곳을 중심으로 방역시설을 설치하는 등 확산 방지에 나섰다.

전국 14개 공항에도 전신소독기가 설치됐다. 국토부는 주요 여객 동선을 따라 추가 특별방역을 하고 위험지역 방문 자제, 손씻기 등의 홍보·예방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철새 도래지에 대한 방역도 강화하고 있다. 전남도는 해남 고천암호, 영암호 인근 2곳에서 산림청 소속 헬기를 동원해 대대적인 항공방제를 실시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국내에서 발생한 AI에서는 인체감염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AI가 발생한 고창의 종오리 농장에서 분리된 H5N8형 AI 바이러스를 분양받아 인체감염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부위를 분석한 결과 인체감염이 발생한 H7N9·H5N1형에서 보이는 유전자 변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산·세종=윤봉학 이성규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