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發 ‘쩐의 전쟁’ 전운… 인도 이어 터키도 금리인상 극약 처방
입력 2014-01-30 03:33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통화가치가 급락한 신흥국들이 금리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들었다. 전 세계가 ‘신(新) 환율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널뛰기하고 있어 우리나라 내수와 수출 모두 직격탄을 맞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내린 1070.4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13.2원 내린 1068.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050.3원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자 지난 27일 1083.6원까지 치솟았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국내경제팀장은 “원·달러 환율 급락(원화가치 급등)은 터키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세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자 아르헨티나 위기설로 과민반응을 보였던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 매물을 쏟아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앞서 터키 중앙은행은 28일(현지시간) 열린 긴급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인 1주일짜리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4.5%에서 10%로 5.5% 포인트나 인상했다. 이에 따라 터키 리라화 가치는 달러 대비 3% 이상 급등했다. 인도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8%로 0.25% 포인트 인상했고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신흥국들의 전격적인 금리 인상은 환율 방어가 목적이다. 이자를 높여 해외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더 풀자 신흥국들은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렸던 것과 반대 양상의 환율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문제는 신흥국의 극약 처방에 따른 부작용이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물가 급등과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내수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당시 30%까지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에 처했던 사태가 터키 등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신흥국발 금리 인상 도미노가 국내 시중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자금난에 처한 한계기업의 도산과 함께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부실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로 미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원화절상 압력을 받고 있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국제 금융시장은 3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기다리며 숨을 죽였다. 당초 계획한 대로 100억 달러를 더 줄여 양적완화 규모를 월 650억 달러로 낮출 것이라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 경우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중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도 여전한 데다 외부 자금의 움직임에 취약하고 경제 기초여건이 탄탄치 않은 신흥시장의 근본적 문제로 인해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해 관련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시장불안 조짐이 발생할 경우 비상대책에 따라 신속하고 과감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