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주문실수 그후 50일… 여의도가 괴롭다

입력 2014-01-30 01:32


단순 실수의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했다. 30일로 한맥투자증권 주문실수 사태 발생 50일째지만 사태 봉합의 기미가 없다. 손해를 나눈 여의도 증권가의 시선마저 곱지 않고,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한국거래소도 애가 타고 있다.

◇“외국계에 읍소 중”=한맥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29일 “국내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 싱가포르 소재 미국 헤지펀드와 최근 실무적 만남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헤지펀드는 한맥투자증권이 지난달 12일 주문 실수로 462억원의 손실을 낼 때, 일거에 약 36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와의 협상은 현재까지 진전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한맥투자증권과 기관 대 기관으로 직접 거래한 ‘자기매매’ 이익금을 돌려주는 분위기다. 우리선물은 통 크게 사고 직후 13억여원을 돌려주기도 했고, 7개 증권사는 이익금 전액을 돌려주기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손해액에 비해 미미해 큰 도움이 안 된다. 대부분 손실은 외국계가 국내 증권사의 회선만 빌려 해외에서 주문을 낸 ‘위탁매매’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맥투자증권은 ‘착오거래 이익금은 돌려준다’는 국제적 관행에 기대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 못한 눈치다. 거래소 관계자는 “냉정히 말해 협상보다 읍소에 가깝고, 돌려받는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스스로 손실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주문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한 업체는 대형 증권사들과 달리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고용된 형태라서 책임 소재를 묻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맥 손해로 적자 전환”=한맥투자증권의 파산을 막으려고 400억여원의 손실을 공동 분담한 여의도 증권가도 울상이다. 평균 7억원가량을 분담한 증권사들은 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하다. 한 증권사는 “분담금을 못 받으면 사업이 적자로 돌아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장기 불황에 “사실상 실업자가 된 한맥투자증권 직원들을 수용할 곳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거래소는 거래소대로 고민이 많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각종 제약에 제대로 된 구제 작업을 못하는 것이다. 한맥투자증권은 비공식 루트를 통해 주문자를 수소문하고, 평소 거래량을 토대로 추리한 끝에 싱가포르 소재 헤지펀드가 이익을 거뒀음을 알게 됐다. 이때 거래소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오해를 받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에는 해외 위탁자의 정보가 없다”며 “불공정거래 조사 취지로만 정보공개를 요청할 수 있어 한맥투자증권에 알려줄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다만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외국 위탁자들에게 이익금 환수에 협조해 달라는 영문 공문을 전달했다. 거래소 선진화 방안에는 ‘킬 스위치(착오거래 직권 취소)’라는 재발 방지책을 넣었다. 한맥투자증권 자산을 가압류하는 등 손해배상 공동기금 관리에도 애쓰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