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효겸] 기업 인재추천과 산학협력
입력 2014-01-30 01:31
“대기업의 대학총장 인재추천은 보완해서 다시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과 대학 간 산학협력의 필요성이 40년 넘게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기업에서 산학협력에 대해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신입사원 채용에서 대학총장 추천제를 도입하려다 여론에 따라 무기한 유보됐다.
삼성그룹이 대학의 생리를 몰라도 너무 모른 것이다. 대학은 어느 조직보다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집단이다. 그런데도 삼성이 운영하는 성균관대에 많은 인재 할당을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국립대와 사립대, 4년제 대학과 전문대 등 이런 특수성을 반영해서 인재 할당을 했어야 했다. 지역 간 균형과 남녀 성별을 유지하는 내용도 담겨 있어야 했다. 경영분야 대학정원 지표를 갖고 추천 인원을 할당하든지 대학 전체 재학생 수를 갖고 지표를 산정해서 추천 인원을 할당했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인재 추천 할당 인원의 산정 기준이 보다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갖췄어야 했다. 삼성그룹에 당부하고 싶다. 대기업 인재추천제를 완전 유보하거나 포기할 게 아니라 객관적인 잣대를 갖고 다시 시도해 달라고 말이다. 얼마든지 객관적인 잣대가 나올 수 있다. 처음에는 이것을 근거로 하고 나중에는 입사 후 신입사원들의 근무태도, 근무성과 등을 중심으로 평가해서 그 결과를 반영하면 인재 할당에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영호남 및 충청의 지역 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인재추천제가 제대로 되려면 기업은 대학을, 대학은 중·고교의 평가를 믿지 못하는 불신부터 해소해야 한다. 그렇기에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은 제대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대기업이 산학협력의 기본 방향에서 신입사원 채용을 한다면 산학협력의 뿌리가 단단하게 내릴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 점은 요원하다. 대기업에서는 산학협력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관심이 없는데 중소기업에서 관심을 가질 리 없다. 산학협력은 구호에 불과하다.
초·중·고에서 인성과 보통교육을 가르치고 있다. 전문대학과 대학에서는 전문성을 길러 사회에 배출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대학과 전문대학에서 길러낸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대학 따로, 기업 따로 간다면 효율성이 높게 나타날 수 있을까. 기업에서 대학과 전문대학에 필요한 인재를 어떻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해야 한다. 기업이 먼저 요청을 하지 않는다면 대학이 먼저 제스처를 써야 한다. 이것이 서로 겉돌고 있다.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가야 제대로 힘을 창출할 수 있다.
삼성그룹의 인재추천권이 시발점이 돼 대학과 기업 간 산학협력의 불씨가 지펴지길 간절히 바란다. 대기업은 국가 전체의 구조를 보면서 신입사원을 채용하길 바란다. 단순히 자기 그룹만 바라보지 말라는 조언이다. 이번 인재 추천도 전문대학은 빠져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본다. 대기업에도 고졸, 전문대졸, 대졸자가 골고루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한다. 업무의 중요도에 비례해서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대는 산업현장중심 교육이 중심이고 대학은 학문중심 교육이 중심이다. 그렇다면 산업현장중심 교육중심체를 어떻게 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산업인력으로 흡수해야 한다. 이게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전문대는 전문대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차별화된 특성화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도 병행되길 촉구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까지 이번 삼성그룹 인재채용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어떤 내용으로 의견종합이 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대기업의 대학총장 인재추천은 보완해서라도 다시 시도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다. 대기업의 산학협력이 실질적인 산학협력으로 이어져야 중소기업에서 산학협력에 귀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하나하나 개선해 나갈 때 기업과 대학간 산학협력체계가 뿌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과 대학간 산학협력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김효겸 대원대 총장